[경일시론]단기처방으론 부동산 문제 해결 불가능하다
[경일시론]단기처방으론 부동산 문제 해결 불가능하다
  • 정영효
  • 승인 2020.01.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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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객원논설위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주내용으로 한 11·6 대책이 나온지 약 1개월여만에 12·16 부동산 대책이 또 발표됐다. 문재인 정부들어 18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강력하기로는 역대급이라고 한다. 발표 1개월 가까이 지났음에도 이 대책이 집값 안정화의 근본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단기처방전으로 반짝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만만찮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역시 12·16 대책 이후에도 불안하면 언제든지 추가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머지 않아 그 효과를 다하고 나면 보다 더 강력한 새로운 대책이 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책이 근본대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앞서 17차례나 내놓은 대책에 비해 그 강도만 세졌을 뿐 별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 특히 강남권으로 쏠리는 수요 욕구를 줄일 수 있는 근본대책이 없다. 17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이 집값 안정화에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대책의 효과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그간 나왔던 17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돌이켜 보면 그렇다. 대책 발표 당시에만 반짝 효과가 나타났을 뿐, 집값이 낮아져야 할 지역(서울·수도권·광역시 일부)은 오히려 폭등했고, 집값이 회복되어야 할 지역(지방)은 오히려 더 하락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근본 대책이 아닌 무조건 수요만 억제하면 된다는 식의 안이하고, 단편적인 미봉책만을 사용한 탓이다.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고, 대출을 줄이면 집을 내놓게 되고, 이는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럴 경우 집값이 안정화된다는 단순 논리의 대책은 책상머리에서 나온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대책이 되기에는 크게 미흡했고, 부동산 시장에 내성력만 키워준 셈이 됐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하지 않다. 집값은 매물 수급 상태, 일자리, 교육·상권·문화·교통·의료 등 주거조건, 전세 상황, 경제 상황, 소득 상황, 세금 관계, 대출 관계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고 있다. 단지 다주택자를 대출 규제와 중과세 등 물리적으로 압박한다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는 것이 아니다. 근시안적인 다주택자 압박 정책이 결국 ‘똘똘한 한 채’ 심리를 조장했고, 서울사람은 물론 지방사람들까지 앞다투어 서울 강남권에 집을 사고자 하는 심리로 작용했다. 특히 지방의 많은 다주택자들이 지방에 있던 집을 모두 팔고, 강남권에 집을 사는데 더 경쟁적으로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서울 강남권 집값은 폭등했고, 지방 집값은 폭락하는 등 집값 양극화만 더 심화됐다. 서울 강남권 집값만 잡으려 했던 단순한 부동산 정책은 강남권 외의 서울 사람 뿐만 아니라 지방사람들까지 경쟁적으로 강남권으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불거진 문제점만을 해결하기 위한 또다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는데 그때 마다 근본책이 아닌 단기 처방책을 내놓음으로써 부동산 시장은 왜곡됐고, 또다시 대책을 내놓고, 다시 부동산 시장을 더 왜곡시키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평균 2개월 마다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던 사실은 그동안 부동산 대책이 근시안적이고, 단기처방전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새로운 부동산 대책이 나오는 것은 이전 대책이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일부 투기꾼들의 농간일뿐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돼 있다는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어 문제가 크다. 부동산 시장의 엄중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단기처방책만 줄기차게 시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울, 특히 강남권 쏠림 현상을 해결되지 않으면 부동산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단기대책과 함께 서울로 쏠리는 수요 욕구를 줄일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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