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에 눈멀거나, 공익에 눈 감는
사익에 눈멀거나, 공익에 눈 감는
  • 경남일보
  • 승인 2020.01.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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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대학은 교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지식인의 집단이다. 다른 지식인 집단보다 확실하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총체적인 집단이기도 하다. 나는 30년 동안 무수한 지식인들을 보아왔고, 또 함께 살아왔다. 나는 누구보다도 지식인의 생리, 교수의 속성에 관해 잘 알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지식인과 교수의 성격 및 본모습은 너무 다양하다. 한두 마디의 말로 싸잡아서 규정할 수 없는 게 그들의 존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내 자신의 반성적 기록이기도 하다.

나는 오랫동안 대학 사회에 관여하면서 어떠한 교수가 가장 존경을 받아야 하는가를 자문하면서 성찰해 보기도 했다. 인품이 있는 교수? 학문이 깊은 교수?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인품과 학문을 겸비한 교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은 현실적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나는 인품이 있는 교수도 존경하고, 학문이 깊은 교수도 존경하지만, 내가 참으로 존경하는 분은 ‘나는 학문적으로 별로 이룬 게 없지만 나보다 학문적으로 더 나은 후학이 교수가 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분이다. 난 이런 분들을 실제로 몇 차례 경험하기도 했다. 공부하지 않는 교수에게는, 공부의 의미와 공부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 미래 사회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사악한 지식인’이란 표현이 적이 통용되고 있다. 이 표현이 과연 적절한가? 사악한 지식인이라니? 지식인이 본질적으로 사악한 존재라는 건 아닌 것 같고, 지식인 중에서도 사악한 존재가 있음을 가리키는 듯하다. 물론 사회적으로 공적인 인간인 지식인이 사익을 추구하면, 사악해진다. 하지만 나는 사악하면 지식인이 아니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선하고 정의의 관념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존재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교수들이라야, 대학 사회의 최소한 직업윤리를 정립할 수 있다. 교수들이 사익과 세력을 너나없이 탐하는 순간에, 대학 사회의 진짜 위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사익에 눈이 먼 교수, 공익에 눈을 감는 관리자가 있다면, 대학 사회에 더 이상 희망을 걸 수 없다.

내가 한 세대에 걸쳐 경험한 사실이기도 하거니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의 교수들이 훨씬 공부하지 않는 게 안타깝다. 자신이 공부하지 않으면 공부에 대한 외경심이라도 가져야 양심적이다. 연구가 부실하면, 저 교육이라고 하는 미명의 피난처로 향한다. 그리하여 학생들 앞에 선 교수는 저토록 ‘꼰대’가 된다. 너희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다. 이 공허한 울림이란! 교육이 학문 위에서 저토록 군림해선 안 되며, 학문이 교육을 한껏 품고, 또 적극적으로 선도해야 한다. 공익과 공정성에 눈먼 사회는 나를 슬프게 한다. 아니, 아프게 한다. 나의 대학 사회생활은 1990년에 서울의 아무 대학 부설 연구소의 무급 조교로부터 시작했다. 내가 여기저기의 시간강사를 거쳐 대학 교수로서 발령을 받은 해가 1998년이니, 벌써 22년이 되어간다. 내가 대학 사회에 관여하게 된 지도 올해로 꼭 30년이 되었다. 대학 사회에서 보낸 30년의 세월은 이제 돌이켜 보면, 참으로 덧없이 느껴진다. 이런저런 감회도 적지 않다. 나는 이즈음 2년 7개월 남짓 남은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잘 마무리하면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아니하고 대학 사회를 어떻게 온전히 떠나야 하는가를 생각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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