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벌새가 보고 싶었는데…다양성 없는 영화관들
[기고]벌새가 보고 싶었는데…다양성 없는 영화관들
  • 경남일보
  • 승인 2020.01.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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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해 칸 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한데 이어서 이번에는 미국에서도 수상소식을 이어오고 있다. 골든글로브 최초로 한국영화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도 ‘기생충’의 수상에 대한 예상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 조지아 영화비평가협회에서는 외국어영화상은 물론,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까지 주요상을 휩쓸어 주기도 했다.

‘기생충’은 한국에서도 인기를 누리며 상영됐다.봉준호 감독의 이름 값도 한 몫 해서 개봉당시 수많은 상영관을 차지하면서 ‘스크린 독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한국영화는 물론이고 어벤저스, 겨울왕국 같은 흥행을 휩쓰는 특정 영화가 상영관을 도배하다시피 차지하면 결국 배급능력이 약한 영화들은 상영관을 잡지 못하고 대중들에게 소개될 기회도 사라진다. 해마다 대형 영화관, 그러니까 멀티플랙스에서 상영관을 잡지 못해 아예 대중상영이 시도되지 못하거나 아트시네마를 상영하는 소규모 극장, 미디어센터 등에서만 소개되고 지나가는 영화들이 많이 있었다. 영화를 찾아다니는 매니아가 아니고서는 가까운 멀티플랙스 상영관에서 소개하지 않는 영화를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은 드물다.

한 방송사에서 신년특집으로 방송한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도 멀티플랙스 영화관이 아닌 미디어센터 등에서 단체상영으로 입소문에 올랐던 영화다. 전국을 순회하며 소규모 상영으로 인기를 끌었던 결과 방송에서 소개된 ‘주전장’의 경우는 그나마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도 가진 셈인데, 그 외에 입소문 무성한데 상영하는 곳을 찾지 못해 못 보는 영화도 너무나 많다.

특히 지역에 살고 있는 영화 팬으로서는 아트시네마 상영관 조차도 서울이나 대도시 중심으로만 분포되어 있어 아예 접근조차 어려운 점이 너무 아쉽다. 지난해 제작된 영화 중 베를린 국제영화제, 시애틀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세계적으로도 수상을 휩쓴 김보라 감독의 ‘벌새’가 있다.

잇따른 수상소식에 ‘벌새’의 지방상영도 있을까 기대했지만 결국 지방의 멀티플랙스 영화관에서 ‘벌새’를 볼 수는 없었다. 어제 열린 진주시민미디어센터의 ‘900원 영화제’에서 이 ‘벌새’가 상영됐다. 하지만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 결국 보지는 못했다.

흥행을 휩쓰는 대형영화가 문제라는 소리가 아니라, 작고 이색적이고, 다양한 영화들도 그 많은 상영관 중에 하나라도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거다. 상영관이 7~8개씩 되는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를 수 있는 기회라도 줬으면 좋겠다.
 
채민우(진주시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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