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쥐의 해에 생각한다
경자년, 쥐의 해에 생각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1.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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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회원 경남작가회의
모든 쥐가 똑같지는 않는 것 같다. 영리한 놈도 있고, 둔한 놈도 있으며 좋은 쥐도 있고, 나쁜 쥐도 있는 모양이다. 올해는 경자년(庚子年)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쥐띠 해이다. 경자년은 육십간지의 37번째 해이다. 통상적으로 ‘경’은 오행 가운데 금(金)으로 색깔로는 ‘흰색’이며, ‘자’는 ‘자축인묘’로 시작하는 12간지의 첫 번째로 힘이 센 ‘쥐’이다. 두 가지를 합하면 올해는 ‘흰 쥐의 해’라는 말이다. 흰 쥐는 지혜롭고 생존력도 뛰어나 쥐들 가운데 으뜸이다. 이 때문에 꿈 해몽에서도 흰 쥐가 나오는 꿈은 소망을 이루거나 귀인을 만날 수 있는 길몽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다산 정약용이 살았던 시절에는 나쁜 쥐가 많았던 모양이다. 다산이 1810년에 쓴 ‘이노행’이라는 한시의 일부이다. ‘쥐들은 훔친 물건을 뇌물로 주고/ 태연히 너와 함께 돌아다닌다/……/ 이로부터 쥐들은 꺼릴 것 없어/ 들락날락 껄껄대며 수염을 흔든다’ 쥐들은 고양이에게 뇌물을 바치고, 뇌물을 받은 고양이는 쥐를 잡아야 한다는 자신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쥐들과 한통속이 되어 버렸다. 도둑과 도둑을 잡아야 할 관리의 결탁과 야합이다. 그가 쓴 ‘목민심서’에서도 ‘무릇 포도군관(捕盜軍官)은 경향을 막론하고 모두 큰 도적이라고 하였다.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을 11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자 청와대는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는 제목의 브리핑을 했다.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뜻으로, 예고는 거창하게 했으나 결과가 보잘것없다는 뜻이다. 4개월 가까이 전방위로 진행된 검찰수사확대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지적과 함께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언론플레이로 인해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청와대는 검찰수사를 태산명동이라고 불렀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대한민국이 지금 다 해체되기 직전인데 이 일을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냐”고 했다. 그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이다. 새해 첫 주말인 지난 1월 4일, 서울 광화문 광장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 참석한 전광훈 목사는 “대한민국이 다 공산화된 줄 알았더니, 아직도 구석구석엔 판사들이 존재하고 있더라”고 자신에 대한 영장기각을 말했다. 앞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었다. 지난 2일 기각된 후 나온 첫 집회에서다. 그는 청와대가 주사파에게 점령당하여 나라가 망하였다고 야단법석이다.

이러한 태산명동이 서일필인지, 서백필인지도 궁금하긴 하지만 더 중요하게 바라는 것은 올해에는 멋진 쥐가 많이 나타나면 좋겠다. 지난 년 말부터 발 빠른 디자인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미키 마우스로 만든 티셔츠, 스웨트, 파자마 등을 내놨다. 음악을 연주하는 예쁜 미키 마우스, 테니스 라켓을 든 귀여운 미키 마우스가 등장하였다. 다행히 영남대학교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경자년을 음양오행설에 결부시킬 경우에, 천간(天干)을 경금(庚金), 지지(地支)를 자수(子水)로 하여 일단 ‘금생수(金生水)’의 상생관계라고 한다. 교수들이 지난해를 총정리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뽑았다. 공명지조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인데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나머지도 죽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결국 상생이다. 여가 있어야 야도 있고, 야가 있어야 여도 있다는 말이다. 이영희 교수가 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책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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