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20]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20]
  • 경남일보
  • 승인 2020.01.1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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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지난 1월 1일 해돋이를 보러 가신 분들이 많았을 거라 믿습니다. 저도 경남 고성군 동해면 바닷가에서 해돋이를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길이 막히는 바람에 수레 안에서 해돋이를 보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었지요. 그래도 길이 뚫려 해뜨기 바로 앞에 닿아서 새해 첫 해돋이를 보았습니다. 새해 해돋이를 보면서 저 혼자 생각한 게 있습니다. 저마다 있는 곳은 다르지만 제가 보고 있는 같은 해를 보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텐데 해가 뜨는 동안 그 해와 아랑곳한 말들을 얼마나 알고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해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해돋이’는 ‘해뜨기’라고도 하고 ‘해넘이’는 ‘해지기’라고도 한답니다. ‘해뜨기’는 말집인 사전에서 ‘해돋이’와 같은 뜻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해지기’는 ‘일몰’의 북한말이라고 해 놓았더군요. 이렇게 말까지 남과 북으로 갈라 풀이를 해 놓은 것을 보면서 참으로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해돋이를 보려면 해가 뜨기 앞부터 그 자리에 미리 가서 지키고 서 있어야 비로소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해 뜨기 앞 동이 트면서 푸르스름하게 비치는 빛줄기를 본 뒤에야 해를 볼 수가 있는 거죠. 그런데 그 빛줄기를 보면서도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또 안타깝습니다.

해돋이 앞에 동이 트면서 푸르스름하게 비치는 빛줄기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은 ‘동살’입니다. 동이 튼다 할 때 ‘동’에 햇살의 살을 더한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동살이 비치기 비롯하는 것을 ‘동살 잡히다’라고 한답니다. 해가 뜨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 말을 알 수도 없고 쓸 일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해에 몇 차례가 되었든 해돋이를 볼 때라도 이 말을 알고 쓰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동살이 잡히고 나면 비로소 발간 해가 쏙 올라오는데 그것을 가리키는 말에 ‘햇귀’와 ‘돋을볕’이 있습니다. 이 두 말은 해돋이 때 처음으로 비치는 해를 가리키는 말로 비슷한말이라고 하는데 그 느낌이나 속뜻은 다르다고 봅니다. ‘햇귀’는 우리 얼굴에 달린 귀와 같은 모양에 무게를 둔 말이라는 느낌이 들고 ‘돋을볕’은 해가 떠오르는 움직임과 따뜻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을 가진 말을 잘 알고 알맞게 쓰는 사람이 글 잘 쓰는 사람이고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돋이를 보면 햇귀를 볼 수 있는 동안이 참 짧습니다. 그렇게 짧은 사이에 보이는 해의 모습을 붙들어 이름을 붙인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꼼꼼함과 말을 만드는 솜씨를 높게 사서 배우고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밑을 캐서 말을 만드는 수를 알고 나면 우리도 우리 아이들도 언제든지 우리말다운 새로운 말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제가 토박이말을 살려 일으켜 북돋워야 한다고 하는 까닭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으며 또 자주 쓰는 ‘햇살’과 ‘햇볕’은 같은 말일까요? 다른 말일까요? 이렇게 물으면 다른 것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말로는 풀이를 못 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말집인 사전에는 ‘햇살’을 ‘해에서 나오는 빛의 줄기 또는 그 기운’이라고 풀이하고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기운’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말이라고 해 놓았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햇살과 햇볕을 가려 쓰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흔히 물살, 빗살, 화살 할 때 ‘살’을 안다면 ‘햇살’도 어떤 것인지 떠오를 것입니다. 햇살은 해에서 나오는 빛줄기의 생김새에 무게를 둔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햇볕은 해가 내리 쬘 때 느껴지는 뭔가 따뜻한 기운을 가리키는 말로 그냥 ‘볕’이라고도 씁니다. 이것까지 알고 나면 앞서 살펴본 ‘햇귀’와 ‘돋을볕’도 어떻게 다른 것인지 더 똑똑히 알게 될 것이고 ‘땡볕’, ‘불볕’이라는 말도 바로 뜻을 어림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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