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아이돌이 가지는 의미와 필요한 거리

김예진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사전에서는 ‘아이돌’을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젊은 연예인. 주로 가수를 이른다’고 정의돼 있다. 영어 단어 ‘IDOL’의 원뜻은 많은 사랑을 받거나 신으로 숭배되는 대상인 ‘우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불특정 다수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정도만의 의미일까.

여느 청소년이 그러하듯이 나도 지난 학창 시절에 아이돌을 좋아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까지 마음을 쏟아낼 수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로. 그 당시 아이돌은 그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친구와 틀어지는 일이 있을 때, 부모님에게 이유 없이 짜증냈을 때 나를 다독여줄 수 있는 장치였다. 어른들이 보면 정말 별거 아니고 한심해 보일지 몰라도 내가 부여하는 의미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어떤 아이돌을 좋아한다’로 정의할 수 있는 의미부여가 아니다.

나나 내 주변인들을 봐도 알 수 있었다. 사춘기가 지나고 대학이나 일자리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면 아이돌에 대한 의미부여가 작아진다. 굳이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위로받을 수 있는 다른 것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까지도 가장 쉽게 접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이돌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어느 아이돌 팀의 멤버가 결혼을 하겠다는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결혼할 수 있는 나이이고, 사랑하는 연인도 있고,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운 것도 아니니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그의 결혼을 질타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그의 팬들에게는 조금 가혹한 처사가 아니었나 싶다. 그가 강단 있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책임지려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의 자필 편지를 읽고 ‘팬들이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아이돌은 우상이지만 동시에 팬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는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있지만 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러나 결혼을 발표한 그는 이러한 관계 형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팬을 ‘내 음악을 들어주는 고마운 사람들’로만 생각하고 팬들이 아이돌에게 부여하는 의미는 몰랐던 듯하다. 그의 결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팬이 아니고 노래도 몇 번 들어보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자기 팬들을 상처 입힌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팬들이 상처받았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현재 아이돌을 마케팅하는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이 팬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만 이번 일을 통해 그들과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예진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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