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밥줄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밥줄
  • 경남일보
  • 승인 2020.01.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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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밥줄


이 일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 것은

이 일을 하지 못해

식구들

밥줄 끊기는 일

-박해경



외벽 (재)도장을 위해 한 사내가 매달려 있다. 아니 흔들리고 있다. 아니 흔들리지 않으려고 두 발로 버팅기고 있다. 단면의 모양새가 달라 온전히 수작업으로 진행되어지는 극한 직업으로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밧줄타기 작업으로서, 집중하지 않으면 어느 한순간에 허공을 놓칠 수 있는 위험한 직업인 것이다. 밧줄이 흔들릴 때마다 가족부터 떠올리며 밥줄을 생각한다고 대언해주는 시인의 고백이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벌어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이나 수단을 속되게 이르는 밥줄. 비슷한 어감의 밧줄에 매달린 사내의 아슬아슬한 곡예를 목도한다.



어쩌면 저 수직형식의 절벽만 절벽이 아닐 것이다. 시대가 참으로 수상치 않은가. 취업의 밧줄을 붙잡지 못해 새벽부터 빼곡한 지하철에 몸을 싣고 떠다니는 청년들에게 오래토록 시선이 머무는 이 겨울, 춥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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