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정원 히말라야 (4)8000m 14좌
신들의 정원 히말라야 (4)8000m 14좌
  • 박명환
  • 승인 2020.01.19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위 에베레스트

 

◇1위봉 에베레스트(Everest 8850m)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에베레스트는 1852년 영국식민지였던 인도 측량국에 근무하는 벵골출신의 측량기사 라다나트 시크다르가 처음 높이를 측정했다. 시크다르는 당시 장비로 대지의 굴곡이나 굴절 등을 고려해 높이가 8840m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른 1865년 인도 측량국장이던 앤드류 워 경(Sir)은 15봉으로 알려져 있던 이 산을 전임 측량국장이던 조지 에베레스트 경(Sir)의 공적을 기려 ‘에베레스트’로 정했다. 에베레스트 경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러나 당시 강력한 식민지 제국을 건설했던 대영제국 영향력은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던 산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티베트인들은 ‘초마롱마(Chomolungma)’라 불렀는데 ‘이 세계의 여신’이라는 뜻이다. 네팔인들은 ‘사가르마타(Sagarmatha)’, 현지어로 ‘눈의 여신’이라는 뜻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이름들은 100년 넘게 에베레스트에 묻히고 말았지만 2000년대 들어 티베트와 네팔에서는 이름 찾기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 산 높이 역시 네팔 정부는 재측량을 실시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8848m보다 2m 높은 8850m로 수정해 발표했다.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도 인공위성 등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측량한 결과 높이가 8850m였다. 현재 8848m나 8850m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2위 K2

  ◇2위봉 K2(8611m)

세계 2위봉 K2는 파키스탄을 대표하는 산으로 파키스탄 카라코람산맥 가장 깊숙이 있는 산으로 중국과 국경지대에 있다. 한동안 K2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졌었다. 에베레스트는 주변에 로체, 초오유 등 높은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반해 K2는 단독 봉우리로 우뚝 솟아 있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인식됐었다.

K2 역시 대영제국의 힘에 눌린 이름으로 현재까지 통용되고 있다. K2라는 이름은 영국이 파키스탄 카라코람산맥을 발견한 후 주변봉들을 K1, K2, K2 등으로 분류했으며 카라코람(Karakoram) 측량기호 제2호라는 뜻이다.

그러나 K2는 파키스탄 발티스탄어로 ‘높고 거대한 산’이라는 뜻의 ‘초고리(Chogori)’라는 이름이 있으며 현지인들은 초고리라 부른다. K2는 등정 후 사망률이 30%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등반하기 어려운 산으로 알려져 유럽인들은 ‘죽음을 부르는 산’, ‘하늘의 절대군주’로 부르기도 한다.

3위 캉첸중가
◇3위봉 캉첸중가(Kangchenjunga 8586m)

티베트어로 ‘거대한 눈(雪)의 다섯 개의 보고(寶庫)’라는 뜻이다. 캉첸중가는 인도 다질링에서 직선거리로 50㎞에 불과해 세상에 가장 잘 알려진 산이다. 1903년 영국인 프레쉬 필드가 캉첸중가를 답사한 후 ‘캉첸중가 일주’라는 답사기를 써 유럽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캉첸중가는 현지 주민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산으로 알려져 정상을 등정하는 산악인들은 정상에서 몇 발자국을 남겨놓는 산으로 유명하다.

 
4위 로체001
◇4위봉 로체(Lhotse 8516m)

티베트어로 ‘로(Lho)’는 남쪽을, ‘체(Tec)’는 봉우리를 의미한다. ‘로체’는 에베레스트 남쪽 봉우리를 일컫는다. 실제로 로체는 에베레스트에서 남쪽으로 3㎞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로체는 세계 4위봉이지만 에베레스트에 밀려 산악인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로체가 엄연한 독립봉이지만 에베레스트 위성봉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5위 마칼루
◇5위봉 마칼루(Makalu 8463m)

네팔 히말라야 쿰부지역 동쪽에 위치한 마칼루는 네팔과 티베트 국경지역에 우뚝 솟아 있다. 마칼루는 티베트어로 ‘큰 날씨’라는 뜻으로, 힌두교 시바신(神)이 마칼루에서 날씨를 움직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칼루는 편마암 및 화강암으로 이뤄진 산으로 밑에서 바라보면 피라미드처럼 날카롭게 펼쳐져 있어 등반하기가 쉽지 않다. 일명 ‘검은 귀신의 산’으로 불리는 마칼루는 1921년 조금 늦게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1954년 프랑스 등반대가 세계 초등했다. 마칼루는 우리나라 산악계에서는 늦게 알려졌으며 1982년에야 세계에서 11번째로 등정했다.

 
6위 초오유

  ◇6위봉 초오유(Cho Oyu 8201m)

“정말로 예쁜 산이다.” 2002년 4월 초오유 등반 때 보고 느낀 소감이다. 티베트 초원을 걷다 만나는 초오유를 보는 순간 황홀함에 빠져든다. 초오유는 세계 6위봉이지만 에베레스트, K2, 로체, 마칼루 등과 달리 위협적이지 않고(티베트 등반 루트) 상당히 여성스러움을 자랑한다. 실제로 초오유는 티베트어로 ‘청록여신의 거주지’라는 뜻이다. ‘초’는 신성(神聖)을, ‘오’는 여신을, ‘오유’는 터키옥(玉)을 의미한다. 초오유는 한때 8153m로 표기됐으나 재측량 결과 8201m로 밝혀졌다.

7위 다울라기리
◇7위봉 다울라기리(Dhaulagiri 8167m)

다울라기리는 산스크리스트어로 다와라기리(Dhawalagiri)로 불리고 있으며 ‘다와라(Dhawala)’는 흰색을, ‘기리(Giri)’는 산을 뜻하며 ‘하얀 산’을 뜻한다. 1960년에 등정할 정도로 등반이 어려운 산이며, 세계 각국이 초등을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던 산으로 유명하다. 다울라기리는 스위스가 세계 초등의 영광을 안는다. 다울라기리를 초등한 쿠르트 디엠베르거(Kurt Diemberger)는 당시 독일의 헤르만 불에 이어 8000m를 두 개 오르며 산악 영웅으로 등장했다.

다울라기리는 경남산악연맹과는 악연이 있다. 경남산악연맹은 많은 히말라야 등반에서 한국 초등을 이뤄내는 등 큰 성과를 거뒀지만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그러나 2000년 이수호 등반대장이 눈사태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 첫 희생자가 되었다. 경남산악연맹은 다울라기리에서 탁월한 등반 능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유능한 산악인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8위 마나슬루

  ◇마나슬루(Manaslu 8163m)

세계 8위봉 마나슬루는 산스크리스트어로 마나사(Manasa)이며 ‘영혼’을 의미해 ‘영혼의 산’이다. 마나슬루는 일본의 산으로 유명한데 1956년 5월 9일 세계 초등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27년 유럽 알프스 아이거를 등반했던 마키유코를 등반대장을 중심으로 대원 12명, 셰르파 20명, 포터 400여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원정대를 보냈다. 정상에 선 이마니시 대원은 16㎜ 비디오카메라로 정상에서 촬영, 세계 최초로 8000m에서 영상물을 제작하는 성과를 올렸다.

반면 한국과는 악연이 많다. 1972년 마나슬루 2차 원정에서 대원과 셰르파 15명이 눈사태로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참사로 현재까지 기록되고 있다. 2010년에는 경남의 대표적인 산악인 윤치원이 실종됐으며 강연룡은 손가락 10개를 잃었다.

9위 낭가파르바트001
◇낭가파르바트(Nangaparbat 8125m)

세계 9위봉 낭가파르바트는 독일의 산이다. 산스크리스트어로 ‘벌거벗은 산’이라는 뜻의 낭가파르바트는 에베레스트에 이어 가장 널리 알려진 산이다. 8000m급 산으로는 최초로 유럽에 알려졌으며, 히말라야 등반사는 낭가파르바트 축소판이다. 낭가파르바트는 ‘8000m급 최초 지질학 보고서’, ‘인류 최초 8000m 도전’, ‘8000m 최초 산악인 사망 사고’, ‘히말라야 최악의 대참사(1937년 16명 사망)’, ‘8000m 산 첫 겨울철 등반 시도’, ‘8000m급 최초 단독등반’ 등 수많은 등반이 있었다.

 
10위 안나푸르나

 ◇안나푸르나(Annapurna 8091m)

안나푸르나는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군에 위치하고 있으며 산스크리스트어로 ‘풍요의 여신’이라는 뜻이다. 인류 최초로 8000m 등정이 이뤄진 곳이 바로 안나푸르나였다. 프랑스 원정대는 사전탐사 없이 이뤄진 첫 등반에서 1950년 6월 3일 정상에 섰다. 모리스 엘조그와 루이 라슈날은 세계 초등이라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모리스 엘조그는 손과 발을 잃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적었다. “인생에는 또 다른 안나푸르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안나푸르나 등반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인간은 자연에 비하면 먼지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국내에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트레킹 장소로 유명하며 짧은 기간에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11위 가셔브롬1봉

◇가셔브롬1봉(Gasherbrum1 8065m)

파키스탄 카라코롬 산맥 발토르 무즈타그에 속해 있는 가셔브롬은 발티스탄어로 ‘빛나는 산’이라는 뜻이다. ‘빛나는’ 뜻의 Gasher와 ‘산’을 의미하는 brum의 합성어다. 일명 히든피크(Hidden Peak)라고 불리는데 이는 1892년 콘웨이가 이끄는 영국탐험대가 아부르치 빙하에 도착할 때까지 다른 산에 가려져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가셔브롬1봉은 미국의 산으로 유명하다. 1934년 유럽 국가들로 구성된 연합원정대가 세계 초등을 노렸지만 6300m까지 진출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카우프만과 체닝은 폭풍과 폭설을 뚫고 1958년 7월 5일 오후 3시 정상에 서는 감격을 누렸다.

12위 브로드피크
◇브로드피크(Broad Peak 8047m)

브로드피크는 K2와 함께 고유의 이름을 갖지 못했다. 파키스탄 발티스탄어로 ‘넓은 눈의 산’이라는 뜻의 팔첸캉리(Phalchen Kangri)였지만 1892년 영국의 탐험대를 이끌고 이곳을 정찰하던 콘웨이는 ‘폭이 넓은 봉우리’란 브로드피크로 부른 후 현재까지 통용되고 있다. 콘웨이는 이 정찰에서 앞서 소개한 히든피크와 함께 브로드피크를 새 이름으로 바꿨다.

 
13위 가셔브롬2봉

 ◇가셔브롬2봉(Gasherbrum2 8035m)

‘눈 속의 피라미드.’ 가셔브롬2봉 정상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너무나 흡사하다. 이 산은 파키스탄 카라코롬에 위치한 8000m 가운데 가장 낮다. 가셔브롬2봉은 K2와 가셔브롬1·2봉으로 갈라지는 콩고르디아 빙하에서 바라보면 가셔브롬4봉(7925m)에 가려져 볼 수 없었다.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1956년까지 원정대가 찾지 않았던 ‘숨은 피라미드’로 남아 있었다.

14위 시샤팡마

◇시샤팡마(Shisha Pangma 8027m)

산스크리스트어로 ‘성스러운 장소’, ‘신의 거주지’를 뜻하는 ‘고산인탄(Gosainthan)’으로 오랫동안 사용됐다. 현재는 티베트어로 ‘일기 변화가 극심한 산’을 의미하는 시샤팡마로 통용되고 있다. 세계 14위봉 가운데 가장 낮은 시샤팡마는 1964년 8000m 14좌 가운데 가장 늦게 등정됐다. 중국은 티베트를 점령하는 등 공산화에 성공한 후 등반 자체를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시샤팡마 폐쇄 정책을 유지하면서 1964년 5월 2일 대규모 원정대를 구성해 마지막 남은 8000m급 봉우리를 세계 초등했다.


※ 본지 시리즈에서 이름이 잘못 기재될 경우 연락 바랍니다. 추후 바로잡도록 하겠습니다. 
박명환(경남산악연맹 부회장·경남과학교육원 홍보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