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퇴직교수의 역할
대학에서 퇴직교수의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20.01.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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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오창석 교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퇴직한 교수들 중 일부는 명예교수나 석좌교수, 특별대우교수 등의 직함을 가지고 대학에서 계속 강의와 연구활동을 하게 된다. 특히 명예교수는 대학에서 15년 이상 교수로 재직하다 퇴직한 자 중에서 그 재직 중의 업적이 현저한 자 중에서 추대되는데, 명예교수는 그야말로 명예직으로 전공분야에 관한 연구에 참여하거나 특별강의를 할 수 있으며, 연구비 또는 특별수당을 받을 수 있다. 명예교수제도는 과거 교원의 정년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추는 과정에서 갑작스런 교원 수의 감축에 따른 현장에서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의 정년이 다시 65세로 환원되었어도 명예교수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명예교수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경우에 원로교수의 축적된 강의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학생들에게 심도있는 강의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데, 명예교수의 강의와 관련해서는 대학마다 기준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 퇴직 이후에도 명예교수가 재직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러 강좌를 강의하려고 하는 경우 소속 학과에서는 이를 거절하기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명예교수의 강의는 퇴직 후 3년 이내 1학기 당 1강좌로 이내로 정하고 있는 대학도 있다. 이러한 강의시수 제한을 통해서 대학과 학과에서는 신진학자들을 신임교수로 채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학과에서 우수한 원로 명예교수에게 강의를 부탁하고 싶어도 이 제한에 부딪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물론 명예교수 강의연한 3년이 지난 후에는 시간강사로 위촉하여 명예교수의 강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시행된 시간강사법에 따르면 모든 교수는 퇴직 이후에 일체 다른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강의를 담당할 수 없게 되고, 또 명예교수는 재직 대학에서도 이 강의연한이 지난 후에는 더 이상 강의를 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시간강사법상 강사는 교원에 해당하며 교원의 정년은 65세이기 때문에 정년퇴직한 교수는 더 이상 시간강사의 지위도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학에서 특별히 강의를 맡기고 싶은 경우에는 명예교수의 강의연한을 폐지하거나 석좌교수나 특별대우교수 등의 직함을 부여하여 강의를 담당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대학에서는 일반 시간강사와는 다른 처우를 해주어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일이다.

수십년간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고 또 사회 속에서도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담당해 온 원로교수들의 경험과 노하우라는 소중한 자산을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퇴직교원들도 대학에서 강의하고자 하는 욕심을 스스로 자제할 필요가 있고, 또 이들이 신진학자들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되겠지만, 대학에서 필요로 하고 또 학과에서 원하는 경우에도 시간강사법에 의해 이들의 강의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제정된 시간강사법은 모든 시간강사들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또 강사채용에 있어서는 공모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대규모의 실직사태를 야기하여 끊임없는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퇴직교수처럼 이러한 시간강사법의 적용이 필요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대학교육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명예교수를 비롯한 퇴직교수들이 대학에 재직하면서 축적한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의 소중한 자산을 다시 대학과 사회에 환원해 줄 수 있는 역할을 당당하게 담당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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