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어느 추운 겨울에
[월요단상]어느 추운 겨울에
  • 경남일보
  • 승인 2020.01.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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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수필가
추운 겨울, 우리 마음이 이토록 목말라 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지나온 계절 정서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감정을 잘못 다스려 온 자신의 과오 때문에 그에 따른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 마음속 그 어딘가 작고 작은 그리움의 물줄기가 강한 추위에도 살아 숨 쉬는 듯, 자신도 믿을 수 없는 한 가닥 희망으로 이 겨울의 목마름을 풀어갈 수 있을지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지나온 계절, 우리가 자신의 생각에 진실하고 자신을 내세우는데 조금만 더 고려했다면, 아니 더 영리하고 조금만 더 진실했다면 계절의 변화처럼 능력을 잃지 않고 불타는 감정을 조절하지 않았을까. 계절처럼 봄과 여름이 있고 가을 겨울이 있듯 그렇게 되풀이되는 건 자연의 이치이며, 그것이 공존할 수 있어야 계절도 무르익어 간다는 걸 왜 몰랐을까?

자신의 분수를 알고 제 정도에 맞게 살아가는 것만이 품위 있고 지식인이 되는 줄 알았으며, 그렇게 살아간다 할지라도 사람의 감정에서는 참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우리는 사유(思惟)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옳지 못한 태도를 취해 온 건 아닐까. 아니 어쩌면 눈길과 웃음에 표현하고 전달하면서도 다랍다 할 정도로 서로가 이익을 보려고 옳고 그름을 밝히려고 했으리라.

우리는 지금 이대로 심환 갈증 속에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작고 작은 한줄기 그리움으로 이 겨울을 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도 해를 입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지만, 우린 스스로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서로에게 다랍다 할 정도로 모질었던 것. 말하자면 이것이 우리에겐 손해이며 또한 피해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바른 생각만이 품격 높은 소유자라 해놓고, 타인의 아픔도 내 아픔인양 아파할 수 있었을까? 지금 눈이 내려 쌓인다 하여 잘못 다스려온 자신의 과오가 어찌 덮이길 바라며, 아니 지난 일이기에 이런 뉘우침도 소용없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겨울 추위를 견뎌 내어 다시금 우리 가슴에 사랑의 물줄기가 흘러 새로운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삶으로 거듭나길 바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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