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열풍에 빠진 대한민국
공무원 열풍에 빠진 대한민국
  • 경남일보
  • 승인 2020.01.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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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우리나라 청년실업이 고질화되면서 ‘공무원 열풍’이 심화되고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전체 실업자에서 20대 후반(25~29세)이 차지하는 비중은 21.6%로 36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우리나라 청년 중 154만 명이 취업을 포기하거나 취업 준비 중인 ‘백수’로 3명 중 1명꼴인 31.9%가 미취업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청년층의 직업 인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결과’에서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22.8%)으로 공기업(21.7%)까지 합하면 절반 가까이(44.5%)가 공공기관을 희망한다. 미국 LA타임스는 “한국의 공무원시험 합격률은 2.4%로 미국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 합격률 4.59%보다도 낮다”라며 “전자·자동차·조선 등 민간기업 덕분에 고도성장을 일궈낸 한국에서 젊은이들이 안정을 찾아 공무원시험으로 몰리는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뼈아픈 지적을 할 정도로 우리는 지금 ‘공무원 열풍’에 빠져있다.

필자가 대학을 졸업할 때 선호하는 직장으로 공기업은 10위권 밖이었다. 지금은 소위 SKY대들도 목메고 있는 공시(9급 공무원시험)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당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0%를 넘나들 정도로 높았고, 그 결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질 수 있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한강의 기적’의 주역은 민간기업이다. “인재를 공무원으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안정성만이 최고의 가치가 된 나라의 장래는 어둡다"라고 어느 언론은 말한다. 역동하는 국가만이 미래가 있고, 그 역동의 근간은 자기 생존을 위한 처절한 경쟁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역동의 주체는 기업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 공무원 17만 명을 뽑겠다”라는 공약을 이행하느라 국가 인력구조는 거꾸로 가고 있다. 공무원 신규채용이 2017년 이후 연평균 20.0% 증가하여 문재인 정부 이전 연평균 3.9%에 비하여 6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공무원은 고용안정성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지켜지는 직장으로 인식하는 청년들이 급증하여 취업준비생 3명 중 1명이 공시생으로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다.

공무원의 무분별한 증원은 국가 경제 파탄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그리스에서 보았다. 여기에 공시생의 사회적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할 수 있는 청년층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느라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발생하는 공시생의 경제적 효과를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경제적 순기회비용이 17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공시생이 증가하는 근본 원인은 청년층에 대한 ‘질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고용창출력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 사회에 있다. 따라서 민간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고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만이 할 수 있다는 대명제를 잊지 말고 창업과 투자환경을 조성해 기업하기 좋은 인프라 구축으로 일자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역동성 있는 국가를 만들어 왜곡된 일자리 구조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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