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진주정신이다] 2. 진주정신과 전주정신
[다시 진주정신이다] 2. 진주정신과 전주정신
  • 경남일보
  • 승인 2020.01.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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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진주정신(晋州精神)은 진주라는 지역의 변천 과정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정신적·사상적 산물이며, 지역정체성(地域正體性)이나 도시 이미지와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역정체성은 지역의 정치·경제·문화 등이 가지는 본질의 성질로, 지역발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위적·전략적으로 수립된다. 이른바 도시 이미지 역시 그러한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진주정신의 정립을 위해서는 지역정체성이나 도시이미지와 달리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진주군지도
진주의 시대적·공간적 개념의 인지

진주정신에 대한 개념(槪念)의 정립을 위해서는 ‘진주(晋州)의 시대적·공간적 개념’과 ‘정신(精神)의 상호인지’에 대한 문제가 설명되어야 한다. 특히 진주정신의 시대적 공간적 범주를 설정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일제강점기인 1914년에 취해진 행정구역 개편의 경우, 지역의 전통적인 공간에 대한 인위적인 행정구역 조정으로 공간적 개념의 강제적인 축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1914년 일제의 강압적인 행정구역 개편 이후로 설정된 진주의 공간적 범주 안에서만 진주정신을 찾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다시 말하면 진주정신의 정립에 있어 진주라는 공간적 의미가 반드시 현행 행정구역상 지방자치단체로서의 진주시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주라는 공간은 물리적인 행정구역에 의해 규정될 수 없는 역사적 환경을 갖고 있으며, 행정구역으로 제한할 수 없는 공간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주정신을 정립함에 있어 진주라는 시대적·공간적 개념은 선사시대부터 삼한시대, 삼국가야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대한제국시대, 일제강점시대, 대한민국시대를 통괄하는 과정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진주는 남강선사유적을 통해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삼한시대에는 변진 12국 가운데 고순시국(古淳是國)으로 추정되며, AD 42년에 시작된 가야시대에는 가야연맹의 고령가야(古寧伽倻)로 추측되고 삼국시대 후기에 와서는 백제의 영역안에서 거열성(居列城)으로 불리다가 신라에 병합되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문무왕 3년(663)에 거열주(居列州 )로 불리다가, 신문왕 5년(685)에는 청주(菁州), 경덕왕 16년(757)에는 강주(康州)로 고쳤다.

고려시대에는 태조 23년(940) 진주(晋州)로 개칭되었으며 당시 진주의 속군(屬郡)은 하동군, 남해군, 고성군, 함안군, 거제군, 궐성군(단성), 천령군(함양), 거창군, 강양군(합천) 등 9개 군(郡)이었다. 성종 2년(983) 주제(州制)가 폐지되고 전국에 12목(牧)을 설치할 당시 진주는 진주목(晋州牧)이 되었다.

성종 14년(995)년 전국을 10도(道)로 나눌 당시, 진주는 산남도(山南道)에 속해졌고, 영(營)이 설치되어 무려 10주 37현을 소관했다. 현종 9년에는 전국의 8목(牧) 가운데 진주는 진주목이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태조 1년(1392) 진양대도호부, 태종 2년(1402) 진주목, 고종 32년(1895) 진주부와 진주군, 건양원년(1896) 경상남도 진주군 도청소재지, 1939년 진주읍이 진주부, 진주군이 진양군으로 개칭된 이래 1949년 진주부가 진주시로 개칭되었으며 1995년 법률 제4774호에 의거 오늘날 통합 진주시가 출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진주정신의 토대구축

이처럼 진주는 천년이 넘는 시대적·공간적 범위 안에서 경남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 역할을 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진주정신의 토대를 구축해왔다. 진주정신을 정립함에 있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오늘날의 행정구역 범위로 한정시키는 우(愚)를 범하기 보다는 천 년이 넘는 역사를 관통하는 시대적·공간적 범위 안에서 진주정신의 맥(脈)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진주정신의 정립은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지역민의 삶과 시대적 변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역민의 사상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개념화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시대적·공간적 범위를 관통하고 있는 진주를 대표하는 정신(精神)에 대한 지역민들의 상호인지의 과정 역시 필요하다. 이른바 진주사람들이 말하는 진주정신에 대한 상호인식과 이해의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정신(精神)의 상호인지(相互認知)는 진주라는 도시의 발전과정과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개념화된 명제로 보편화된 작업에 대한 인식이다. 진주정신의 정립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진주정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의 정립과 지역사회의 인식공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진주정신의 핵심 명제로 ‘주체(主體)·호의(好義)·평등(平等)’을 역사적 근거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진주정신의 3대 명제인 주체·호의·평등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통된 인식을 확장을 목표로 다양한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진주정신 정립의 최종 목표는 진주정신의 상호인지와 교육 등의 과정을 통해 진주정신을 사상사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데 있다. 진주정신 정립을 위한 민관학의 연구성과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주정신의 정립과 상호인지를 통한 진주정신에 대한 우리의 연구와 노력이 지속된다면 진주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가치를 정립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근거에 토대해야

진주정신의 정립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전제조건을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선 역사적 근거에 토대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역사 속의 개별적 사건을 정신과 연계시키는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진주만이 가진 역사성이 아니라면 진주정신의 범주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주정신의 개념화를 위해서는 과거 진주의 역사적 사건과 그 사건을 통해 축적된 지역민들의 경험, 그리고 경험을 관통하고 있는 사상을 찾아내고 정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진주정신의 정립이 규정화와 목록화에 있다기 보다는 정립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역사에 근거한 진주정신의 정립은 미래의 올바른 역사정립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되다.

진주의 공간적 범위에 대한 개념 정리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진주정신의 정립을 위해서는 진주라는 공간적 범위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진주는 고려 태조 23년(940) 진주라는 이름을 가진 이후, 조선시대를 거쳐 대한민국 시기에 이르기까지 경남의 정치·경제·문화·역사의 중심지로 기능해왔다. 따라서 진주의 포괄적인 공간적 범위에 대한 합의는 진주정신을 정립하는데 있어 일차적인 선결과제이자, 진주의 공간적 확장을 통한 지역민의 자긍심 확장에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현 행정구역상의 진주시로 범위를 축소시키는 것은 진주정신의 정립을 통한 새로운 도시전략 수립이라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진주정신의 정립에 대한 분명한 목표와 활용 또한 전제되어야 한다. 만약 진주정신 정립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자칫 공허한 담론에 빠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진주정신의 정립 필요성은 천년 역사속에서 형성된 진주정신의 현대적 계승을 통한 새로운 진주의 시대정신 정립에 있다. 더불어 진주정신이 지역사회의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정착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노력도 더불어 진행되어야 한다.

진주정신을 계승하는 별도의 기관으로 진주문화유산원이나 진주정신 연수원을 설립해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진주시민에게 알리고 나아가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일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전주시의 대표정신 ‘꽃심’

전주시는 지난 2016년 전주정신(全州精神)을 수립했다. 전주시는 전주의 대표정신을 ‘꽃심’으로 정했다. 꽃심이란 꽃을 피워내는 힘, 새로운 문화와 세상을 열어가는 강인한 힘을 의미하며, 고(故) 최명희 작가가 혼불에서 쓴 ‘꽃의 심, 꽃의 힘, 꽃의 마음’으로 싹을 틔워내는 강인한 힘을 인용했다.

더불어 전주사람들은 대동·풍류·올곧음·창신의 특질이 있으며, 꽃심은 이 네 가지를 다 아우르는 전주의 얼이며 정신이라고 정의했다. 대동은 타인을 배려하고 포용하며 함께하는 정신이며, 풍류는 문화예술을 애호하며 품격을 추구하는 정신, 올곧음은 의로움과 바름을 지키고 숭상하는 정신, 창신은 전통을 토대로 새로운 사회와 문화를 창출해가는 정신을 말한다.

전주시는 전주정신의 정립에 그치지 않고 사회 각 분야에 전주정신 교육과정을 비롯해 꽃심전주 전국 독후감대회 개최 등 다양한 전주정신 교육을 통해 전주정신의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전주정신인 꽃심을 활용한 표준시안과 꽃심을 응용한 다양한 기념품 제작을 통해 전주정신의 확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주정신의 확산을 위한 심포지엄 개최

진주정신의 올바른 정립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민간단체와 전문연구진의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천년의 역사를 내려온 도시의 역사와 삶의 방식을 정리하는 작업은 전문적인 연구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진주정신은 단 시일내에 정립되기 힘들뿐더러 몇몇 사람의 주장에 의해 결론짓기도 어렵다. 따라서 진주정신의 정립 목적성과 활용성까지 전제함은 물론 범 사회적 합의과정을 통해 도출되어야 한다.

경남역사문화연구소 진주향당은 향후 진주청년포럼 주관으로 ‘진주정신 정립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해 진주정신 정립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딜 예정이다. 심포지엄을 계기로 진주지역에서 진주정신이 정립되고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진주정신의 정립을 위한 절차가 마무리되면 진주시민의 날인 10월 10일에 ‘진주정신(晋州精神)’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진주정신을 진주의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정하고 새로운 시대가치를 지역에 정착시키는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대동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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