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21]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21]
  • 경남일보
  • 승인 2020.01.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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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설은 잘 쇠셨는지요? 설날 아침 웃어른께 절을 올리고 좋은 말씀을 많이 주고받으셨을 것입니다. 그 어떤 말보다 아프지 않고 튼튼하게 지내시라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프지 않고 튼튼하게 지내는 것은 누구나 가지는 바람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아실 것입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는데 잠을 잘 자야 튼튼하게 지낼 수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잠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잠이 좀 모자라도 깊이 푹 자면 개운하잖아요? 그럴 때 쓸 수 있는 말이 ‘꽃잠’입니다. 이 말은 ‘깊이 든 잠’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인데 늘 이런 꽃잠을 잔다면 튼튼하게 지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신랑 신부가 혼인을 하고 처음으로 함께 자는 잠’이라는 뜻도 있으니까 알고 있으면 알맞게 쓸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잠과 아랑곳한 말이 많은데 그런 말 가운데 토끼잠, 노루잠, 개잠, 새우잠, 갈치잠, 토끼잠, 노루잠, 벼룩잠과 같이 동물 이름이 들어간 말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이런 말들을 보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것이 동물들의 잠버릇이나 잠을 자는 모양을 허투루 보아 넘기지 않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이름을 붙인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솜씨요 슬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솜씨와 슬기를 오늘날 우리가 더욱더 잘 배우고 또 물려주어야 하겠습니다. 동물 이름이 들어간 잠 이름 가운데 잠을 자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부터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나비잠’은 ‘갓난아기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을 가리키는 말인데 소릿결도 그렇고 뜻도 참 예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비잠을 자는 예쁜 아이 모습을 보고도 이 말을 모르면 쓸 수 없을 것입니다. ‘새우잠’은 ‘등을 구부리고 자는 잠으로 모로 누워 불편하게 자는 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자는 모양이 새우와 비슷해서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봅니다. 이 말은 알고 쓰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개잠’도 ‘머리와 팔다리를 오그리고 옆으로 누워 자는 잠’을 뜻하는 말인데 그 모양이 개를 닮아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잠을 자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데 그 모양이 참 많이 비슷해 놀랍기도 합니다. ‘갈치잠’도 자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로 ‘비좁은 방에서 여럿이 모로 끼어 자는 잠’을 뜻합니다. 다른 말로 ‘칼잠’이라고도 하는데 ‘갈치’라는 말이 ‘칼치’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것을 알면 ‘갈치잠’과 ‘칼잠’이 같은 말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 이름이 들어갔지만 위와 같은 말과 달리 ‘토끼잠’, ‘노루잠’, ‘벼룩잠’은 잠을 자는 모양이라기보다는 잠버릇이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지 싶습니다. 왜냐하면 세 낱말이 모두 ‘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토끼나 노루가 잠을 자는 것을 못 본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것을 보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만든 말이니 틀림이 없는 말이라고 믿으시기 바랍니다.

‘벼룩잠’은 실제로 벼룩이 잠을 깊이 자지 못하고 자주 깨는 것이 아니라 벼룩이 팔딱팔딱 뛰면서 옮겨 다니는 특성과 잠을 자다 깨다를 되풀이하는 것이 비슷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겠습니다. ‘벼룩잠’이라는 말은 저희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이렇게 자는 바람에 저희 어머니께 자주 들었던 말이기도 합니다. 말집 사전에는 없지만 좀 자다가 팔딱 일어나고 또 좀 자다가 팔딱 일어난다고 ‘팔딱잠’이라고도 했는데 이렇게 잠 이름을 새롭게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다 알려드리지 못한 잠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은 다음에 이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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