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02]월출산 기찬묏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02]월출산 기찬묏길
  • 경남일보
  • 승인 2020.01.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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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충만한 월출산 기찬묏길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가 센 산은 어디일까? 일반적으로 계룡산이 가장 기가 센 산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최고의 명당으로 꼽아 조선의 도읍지로 정하려고 했던 산이었으며, 전국 무속인들이 기를 받기 위해 많이 모여들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강화도 마니산을 기가 가장 센 산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마니산의 원래 이름은 우두머리라는 뜻의 두악(頭嶽)인데, 마니, 즉 마리는 머리를 뜻하며 마니산은 민족의 머리이자 민족의 영산으로 알려져 있다. 마니산 정상에는 단군이 쌓고 그곳에서 제사를 지냈다는 참성단이 있다. 이 참성단에서 전국체육대회 성화를 채화한다. 그러나 풍수지리상 기가 센 산으로는 단연 영암 월출산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지리학자이자 풍수가인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월출산을 ‘화승조천(火乘朝天)의 지세’ 라고 했다.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을 지닌 산이니까 그야말로 월출산이 품고 있는 기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계룡산 847m, 마니산 472m, 월출산 809m로 모두가 크게 높지 않으면서 바위산이거나 돌길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너무 높은 산일 경우 기(氣)를 받기보다 산의 기세에 눌려 오히려 기를 뺏길 수 있다고 한다. 흙으로 된 육산은 어머니 품처럼 안온한 정서를 느끼게 하지만 바위산들은 골산(骨山)으로 외형적으로 강한 기세가 느껴지며 그런 기세를 지닌 산은 기를 많이 품고 있다고 말한다. 명품 걷기클럽 ‘건강 하나 행복 둘(회장 이준기)’ 회원들과 함께 기를 받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영암에 있는 영산(靈山) 월출산 둘레길인 ‘기찬묏길’을 찾았다.



◇기를 체험하는 숲길

기찬묏길은 월출산 기슭을 타고 도는 둘레길로서 월출산의 강한 기가 흐르는 길이다. 영암읍 개신리 천황사지 주차장에서 미암면 두억마을까지 40㎞에 이르는 거리를 5구간으로 나눈 월출산 기체험 둘레길을 기찬묏길이라고 한다. 1코스는 천황사지 주차장에서 기찬랜드까지의 6.7㎞ 구간으로 ‘기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길이다. 2코스는 기찬랜드에서 월암마을까지의 7.9㎞ 구간으로 ‘문화를 체험하는 길’이며, 3코스는 월암마을에서 학산 용산마을까지의 7.8㎞ 구간으로 왕인 박사와 도선 국사의 삶을 만나는 ‘역사 체험의 길’을 조성해 놓았다. 그리고 4코스는 학산 용산마을에서 학계마을까지의 8.9㎞의 구간으로 영암의 자연 및 생태를 즐기는 ‘생태 체험의 길’이고, 마지막 5코스는 학산 학계마을에서 미암 두억마을까지의 8.2㎞ 구간으로 산림욕과 영암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오감체험의 길’이다.

신령스러운 바위란 의미의 영암(靈巖)에 있는 월출산은 들녘 가운데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를 위대한 조각가가 조각을 해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형상의 산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솟구쳐 오르는 듯했다. 이러한 월출산 기슭에 조성해 놓은 기찬묏길 중, 기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구간인 1코스를 선정해 탐방하기로 했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월출산과는 달리 기찬묏길은 처음부터 편안한 숲길이다. 천황사 주차장~탑동약수터~금강소나무숲~기체육공원~전망대~기찬랜드로 이어지는 코스다. 옛날부터 마을과 마을 사이, 사람들이 다니던 숲길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길이고 무척 눈에 익은 길이다. 필자는 기가 가득 찬 길이리라고 해서 특별한 모습을 띤 길이거니 하고 갔는데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라서 다소 의아했다. 그런 길은 계속 이어졌고 얼마 뒤 필자는 새로운 진리 하나를 깨닫게 되었다. 특별한 길이란 특별한 모습이나 환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사고(思考)와 인식에 의해 새롭게 탄생되는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지극히 평범한 길을 걸으면서 그 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걷는다면 그 길이 바로 ‘특별한 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암군에서는 기찬묏길을 월출산 100m 이하 지역에 만들었다고 한다. 표고 100m 이상 국립공원관리지역을 개발하려면 여러 부처 및 단체와 협의를 거쳐야 하므로 기찬묏길 조성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찬묏길은 절묘하게도 100m 이하 지역에 나 있다. 비교적 평탄한 둘레길이다. 천황사 주차장에서 20분쯤 걸어가면 탑동약수터가 나온다. 월출산의 기가 담긴 약수라서 그런지 달고 시원하다. 길섶에는 산죽이 군데군데 무리지어 탐방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떤 곳은 터널을 이루고 있어 사진을 즐겨 찍는 포토존이 되기도 한다. 완만한 나무 계단을 한동안 걷고 나면 금강송 군락지를 만난다. 아름드리 금강송이 가득한 곳에 놓인 벤치에 잠시 쉬면서 소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와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뒤 숲길을 걸어가면 기체육공원이 탐방객들을 기다린다. 운동기구들은 몇 개 되지 않지만 걷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기구를 이용하며 뒤편의 월출산을 보면 봉우리가 한 폭의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절로 넘치는 것 같다.



◇기를 꽃피운 기찬랜드

김창조 선생이 가야금 산조를 깨우친 깨금바위와 전망대를 지나서 평탄한 길로 내려오면 1코스의 종착지인 기찬랜드가 탐방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기찬랜드는 월출산의 기를 받아 자신의 세계를 꽃 피운 민족음악의 창시자인 김창조 선생을 기리는 가야금산조 기념관, 바둑의 황제로 불리는 조훈현을 기리는 바둑기념관, 영암 출신 하춘화가 기증한 자료와 한국대중음악사 자료를 전시해 놓은 한국트로트가요센터 등 다양한 볼거리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돌아오면서 바라본 월출산 바위 능선은 마치 하나의 불꽃이 되어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것 같았다. 월출산의 기암괴석을 눈에 담고 오는 것이 기를 받는 것이 아니라 불꽃처럼 타오르는 월출산의 정열을 가슴에 담아 자신의 열정으로 꽃피울 줄 아는 사람만이 바로 참된 기를 받아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종현 시인, 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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