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 [236] 충남 금산 자지산
명산 플러스 [236] 충남 금산 자지산
  • 최창민
  • 승인 2020.02.0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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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지산(紫芝山·467m)은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에 소재한다. 단일 산으로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웅장한 느낌이 든다. 검붉은 황토 빛의 바위벽이 강 위에 솟아 있기 때문이다.

기암괴봉에다 온통 낭떠러지인 바위벽은 바위들의 전시장이라 할 만하고 딱히 무엇이라고 특징지을 수 없는, 그러나 상상이 가능한 동물상과 인면상들이 쏙쏙 박혀있다. 이 외에도 음양의 조화, 자연이치를 상징하는 남근석과 음굴도 은밀하게 숨어 있다.

자지산이란 이름은 의외로 ‘자주빛 나는 지초’라는 뜻을 지녔다. 즉, 지초(영지버섯)가 많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지산을 ‘성재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산 중턱에 오래된 산성이 있어 불려진 이름이다. 정작 오래된 성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 무너져 일부만 남아 있다.

자지산 루트에는 부엉산이 있고 약간 떨어진 곳에 천앙봉이 위치한다. 큰 줄기에는 천태산이 있어 연장해서 산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왠지 경남사람들에게는 정감있게 다가오는 이름인 금강이 산 주위를 크게 굽이돈다. 이 큰 강줄기는 산행 내내 평화로움과 정겨움을 전한다.

지리적 위치는 무주를 지나 충남인데 경남산악인들에게 다소 멀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통영∼대전 고속도로를 타고 금산IC에서 빠진 뒤 10분 내외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등산로: 금강변 기러기공원주차장(난들 선내 2리 표지석)→세월교(잠수교)→아름금산연수원→난들교→자지산 입구 표지석→나무계단 들머리→임도→제 1 암릉 구간(로프)→제2암릉 구간→자지산성→자지산 정상→부엉산→부엉바위→전망대→부엉산 터널 앞 천내교→강변 기러기공원 회귀.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금강 변에 기러기공원 주차장이 있다. 강변 주차장으로 인근지역 강을 끼고 있는 음식점과 위락시설에 나들이 온 사람들이 이용하는 넓은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세월교(잠수교)를 따라 건너면 난들마을이다. 마을 입구 갈림길에서 오른쪽 데크 길을 따라 300m정도 가면 등산로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차량회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좌측 도로를 따라 도보로 2㎞정도 이동한 뒤 난들교 앞에서 들머리를 찾으면 된다.

난들 마을회관 앞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물빛이 반짝이는 금강의 아름다움을 본다. 인기척에 놀라 물을 차고 오르는 청둥오리 한 무리가 정적을 깬다. 오른쪽 벼랑에 소나무와 어울려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바위기둥이 나타나기도 한다. 산행 전에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다.

난들교 앞에서 뒤돌아보면 산 쪽에 사람 키 보다 큰 자지산 이정표와 빛바랜 산행지도 간판이 서 있다. 산정에 있어야할 정상석이 제자리를 잃고 산 아래로 내려온 듯하다.

이정석 옆 나무 계단을 따라 어느 정도 오르면 임도이다. 임도 끝에 서면 정면의 나뭇가지사이로 우뚝한 자지산 정상이 보인다.

곧 로프에 의지해야만 오를 수 있는 높은 벼랑길이 나온다. 첫번째 벼랑을 통과한 뒤 이어지는 암릉은 길이 선명하지 않아 바위를 부여잡고 게걸음을 하듯이 비스듬하게 올라가야한다. 얕봤다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할 구간이다.

자지산성이 나타난다. 일부만 남기고 무너져 별 볼품이 없다. 하지만 이 산성에는 신기한 비밀, 혹은 선조들의 지혜가 숨어 있다고 한다.

성벽은 산에서 구한 각진 돌을 사용해 축성했는데 주변 땅속에서는 산에서 구할 수 없는 강돌이 무더기로 발견된다. 산돌과 달리 풍화작용에 의해 깎여지고 다듬어져 동글동글한 형태인데 사람의 주먹보다 약간 크다.

어찌된 일일까. 이는 임진왜란 때 마지막 수단으로 강돌을 던져서 왜적을 물리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한다. 전쟁이 없던 평화 시에 아녀자들이나 의병들이 강돌을 주워다가 산 위로 옮겼을 것으로 추측된다. 창과 화살이 다 떨어져 성의 함락이 목전에 닿았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행주대첩을 연상케 하는 것으로 선조들의 현명한 전략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무너져 내린 산성일진대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성돌이 다시 보였다.

산성을 떠나 돌 틈에서 힘겹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 사이를 지나면 어느 순간 자연전망대가 나타난다. 왼쪽에 ‘하늘을 우러러 보는 형상’이라는 천앙봉이 피라미드처럼 곧추 섰고 그 아래 금강의 샛강이 흘러간다. 그 강을 따라 약간의 민가가 형성돼 있다.

숨 가쁜 오름길의 끝, 드디어 자지산 정상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1시간 10분만이다. 갑자기 감탄사가 터진다. 정상의 기쁨보다 멀리 보이는 산그리메가 더 감동적이다. 낙타등처럼 생긴 특이한 산봉우리가 겹겹이 쌓여 이국적인 모습이다. 그야말로 만학천봉, 조금 과장하면 중국의 유명산을 보는듯하다. 천태산을 비롯한 대성산 장령산 서대산 실루엣이다.

정상은 수 십명이 앉아 휴식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산행 들머리에 있던 이정석과는 달리 비석처럼 생긴 흔한 정상석은 금강을 바라보고 있다. 금강과 제원면 일대에는 풍요로움의 상징인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중간에 난들마을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을 지나고 몇 차례의 오르 내림길을 반복한 뒤 바위가 돌출된 부엉산에 닿는다. 바위에 올라서면 사방의 전망이 내려다보이고 건너다보인다. 가까운 곳은 바위와 벼랑이고 멀리는 첩첩히 쌓인 산들의 잔치다.

천태산부터 월영산까지의 풍광, 내로라하는 유명산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이후 급하게 경사진 갈지자 형태의 길이 산행을 어렵게 한다. 낙엽과 성근돌이 혼재해 미끄럽다. 조심해야 할 길이다. 거슬러 올라온다면 결코 쉽지 않을 길이다.

전망대를 찾아 올라선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금강은 크게 굽이쳐 흐른다. 그 강 위로 68번 도로가 가로질러 부엉산을 뚫고 지나간다.

곧 산속에서 데크 길이 보이면서 구시렁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인근 마을 주민들로 보이는 간편한 옷차림의 등산객들이 눈에 띄었다. 데크 길에선 평상복 차림의 친구, 연인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숲속의 전망대를 지나 데크 계단을 내려선 뒤 부엉산 터널 앞 천내교를 걷는다. 천내교 밑 강가를 따라 걸으면서 병풍처럼 펼쳐진 자지산 부엉산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여름 한때 산으로 물을 뽑아 올려 떨어뜨리는 인공폭포도 가동하는 모양인데 겨울인 지금은 개점휴업상태다.

자지산 부엉산은 그리 높지 않고 코스도 길지 않아 인근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듯했다. 친구나 연인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차량을 이용해 외식이나 나들이 겸해서 강변을 찾는다. 아예 강가에 주차한 뒤 음식을 나눠먹는 이도 있다.

자지산 정상 못 미친 지점 드센 바위길을 타고 걷는 짜릿함, 금강과 평야를 바라는 정상에서의 조망, 강과 어우러져 웅장한 경치를 감상하는 여유로운 강변의 산책, 이 산을 찾을 이유는 한두개가 아니었다. 7.5㎞, 휴식포함 4시간 소요.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자지산 초입 오름길은 경사가 커 로프에 의지해야한다.
자지산 초입 오름길은 경사가 커 로프에 의지해야한다.
무너져 내린 자지산성
자지산 전망대
정상에서 본 산 그리메
     


 
부엉산 부근 바위
  



 
 
     
부엉산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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