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금산의 추억
[경일춘추]금산의 추억
  • 경남일보
  • 승인 2020.02.0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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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부 (부동산업)

 

진주 금산은 천혜의 아름다운 고장이다. 월아산의 장군대봉과 국사봉이 한껏 견주며 질매제 고개를 내어 준다. 정월 대보름 월아산에 떠오르는 보름달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영천강과 남강이 만나는 속사리부터 송백리, 중천리, 장사리, 가방리를 아울러 남강이 고즈넉이 품고 간다.

금산교에 들어서면 지금은 사라진 천 번도 더 서성거린 잠수교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어린 시절, 학창 시절의 꿈과 낭만을 고스란히 잉태한 기억 저편의 지울 수 없는 다리다. 금산교에서 바라본 국사봉과 장군봉, 그 사이 질매제 고개가 오늘따라 유난히 선명하게 들어온다. 벚꽃이 피면 질매제 정상에는 커피와 음료를 단풍 고운 가을까지 판다. 지나는 객들이나 한가한 주위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산을 오른다. 언제 마지막으로 국사봉을 올랐는지 가물거리는 기억이다. 얼마나 올랐을까? 어느새 통시바위다. 잠시 숨을 돌리며 아래 합작골을 굽어본다. 한때는 제법 떠들썩한 마을이었건만 지금은 한 댓 가구가 살고 있다. 다시금 호흡을 가다듬고 산을 오른다.

저만치 안심방이 보인다. 임진왜란 때 왜구도 들어 오지 않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 순사들의 발길도 거의 닿지 않은 열두 구비 지나 있는 금산의 오지 마을이다. 참으로 한적하고 고요하다. 금산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금 정상을 향한다. 언제나 정상의 풍경은 신선하다. 저 멀리 지리산이 보이고 굽이굽이 흐르는 남강…, 돌아보면 고을고을 아름다운 전경이다.

금산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월아산인지 금산못인지 청곡사인지 모르겠지만, 더없이 멋진 호수다. 호수를 찾는 사람들이면 대개가 사진을 찍었을 와송(臥松)도 제법 둘레가 굵어졌다. 몇 해 전에 호수 중간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놓았다. 다리 아래에는 퇴계 이황 선생이 ‘청곡사를 지나며’라는 아름다운 칠언절구를 새긴 비석이 있다.

청곡사는 신라의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월아산 남쪽 남강 변에 청학이 날아들어 상서로운 기운이 충만하다 하여 이 자리에 절을 지었다고 한다. 청곡사에서 수학을 한 형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났기에 형을 그리며 지은 형제애 물씬한 아름다운 명시다.

눈길을 끈 한자 글귀 하나는 ‘눈물 흐를 산(澘)’자다. 동방의 주자라 불린 대학자 퇴계 선생도 내면은 정 많고 눈물 많은 어쩔 수 없는 세인이었음을 느끼며 숙연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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