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멥쌀과 찹쌀
[농업이야기] 멥쌀과 찹쌀
  • 경남일보
  • 승인 2020.02.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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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멥쌀과 찹쌀을 시각적으로 구분한다. 쌀알이 투명하면 멥쌀, 불투명하면 찹쌀로 생각한다. 하지만 멥쌀이지만 벼가 재배될 때 환경이 불안정하거나 생리적 이상으로 불투명한 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 명확하지 않고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의 함량에 의한 성분학적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 둘 다 전분이지만 형태가 다르다. 아밀로스는 단당류인 글루코스가 직선상으로 연결된 다당류 형태이고 아밀로펙틴은 직선상으로 연결된 다당류 여러 개가 합하여 나뭇가지 형태로 이루어진 형태이다.

일반적으로 멥쌀은 아밀로스가 20% 내외이고 아밀로펙틴 함량이 80% 내외인 수준이다. 그러나 찹쌀은 아밀로스를 함유하지 않고 아밀로펙틴만 100% 함유되어 있는 쌀을 말하지만 아주 소량 아밀로스 함량이 들어있는 품종도 있어 세계적으로는 아밀로스 함량이 5% 이하를 찹쌀이라고 한다. 아밀로스 함량이 낮으면 밥을 지었을 때 광택과 찰기가 있고 부드러워 식미가 증가하는 반면 아밀로스 함량이 높으면 밥이 푸석푸석하고 시간이 지나면 딱딱해져 식감이 줄어든다. 대체적으로 한국, 일본, 중국의 북동부 지역 사람들은 찰기 있는 밥을 좋아하지만 그 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찰기 있는 밥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벼는 크게 동북아에서 재배하는 자포니카(Japonica)형과 태국 등 열대지방에서 재배하는 인디카(Indica)형으로 구분한다. 자포니카형은 쌀이 둥글고 찰기가 있지만, 인디카형은 쌀알이 길고 밥에 찰기가 없는 특징이 있고 수확량은 자포니카에 비해 월등히 많다. 우리나라 ‘통일벼’는 인디카 형으로 식량자급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아밀로스 함량이 높고 찰기가 없어 본연의 임무를 다한 후에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저아밀로스 쌀은 아밀로스 함량이 6~12%, 고아밀로스 쌀은 27~33% 정도를 말하는데 고아밀로스 쌀이라고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고아밀로스 쌀은 밥쌀용으로는 부족하지만 찰기가 적어서 쌀국수, 쌀 파스타, 전병 과자 제조 등 가공식품을 만들 때에 적합하고 푸석푸석하여 볶음밥이나 필래프용으로도 우수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고아밀로스 함량을 가진 국내 품종으로는 새고아미, 팔방미, 새미면 이라는 벼 품종이 개발되어 있다. 아밀로스 함량 12% 이하의 저아밀로스 쌀은 밥을 지었을 때 멥쌀에 찹쌀이 혼합되어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찰기가 높고 부드럽다. 게다가 밥을 지은 후 식혔을 때나 냉동하였다가 해동하였을 때도 잘 굳어지지 않으며 가열하였을 때 잘 부푸는 성질이 있어 최근 저아밀로스 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저아밀로스 벼 품종으로는 백진주, 백진주1호, 월백, 미호 등이 개발되어 있다. 굳이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품종별로 쌀을 구매해서 밥맛을 느껴보는 것도 삶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이성태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답작담당 농학박사



 
이성태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답작담당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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