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에 다시 생각해보는 지방자치
선거의 계절에 다시 생각해보는 지방자치
  • 경남일보
  • 승인 2020.02.1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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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단연 화제와 이슈는 영화 ‘기생충’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다. 영화 ‘기생충’의 수상은 중국발 신종 바이러스 공포에 떨고 있는 우리들에게 시원한 청량제다. 아카데미 4개상을 수여한 쾌거, 이것은 곧 우리의 문화가 세계적인 보편성을 인정받은 것을 의미한다.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빌려 한 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와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을 보면 꼭 즐거워만 할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불평등’과 ‘양극화’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와의 갈등, 갖지 못한 자 중에서도 조금 더 가진 자와 덜 가진 자와의 갈등 말이다. 계층 간의 갈등은 결국 분노와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실 이런 문제는 아카데미 영화상의 또 다른 후보작 ‘조커’가 다루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불평등이 초래한 ‘분노사회’를 다룬 영화 ‘기생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이번 총선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의 비슷한 동작들이 거리의 풍경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환영받지 못하는 명함을 기약도 없이 돌리거나,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도 90도 폴더 인사를 연거푸 해댄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외쳐댄다. 과연 무엇을 향한 절규일까?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끝날지 모를 이 정치의 향연에서 저마다 무엇을 꿈꾸고 있는 걸까? 혹자는 국가발전이라는 ‘이상’을, 또 다른 이는 권력이라는 ‘현실’을 내세우고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지방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른바 ‘위기의 지방시대’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도 지방분권타령이다. 지방 스스로 자치를 할 수 있는 권한과 역량이 부족해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또한 수도권은 모든 것의 블랙홀이다. 소득과 자본, 일자리와 사람, 심지어 아파트 값까지도 빨아들이고 있다. 반면에 지방은 비워가고 있다. 그나마 지표상 가장 집중도가 낮은 인구마저 수도권의 인구가 지난해 말에 50%를 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떠나가고 기업들은 새로 오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곧 지방이 소멸된다고 아우성이다. 단언컨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양극화 문제라 생각한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고선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어렵다고 본다. 모든 국토의 자원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이 죽어간대서야 어떻게 한 단계 점프를 할 수 있겠는가.

2015년 지방소멸을 처음으로 제기한 마쓰다 하로야 일본창성회의 좌장은, 도쿄블랙홀과 지방의 인구감소가 지방소멸을 가져와 결국은 도쿄도 붕괴되어 일본이 파멸한다고 본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도쿄집중을 막는 특단의 대책을 국가가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방을 살리는 길이 국가발전의 핵심관건이다. 지방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지방이 살아야 지방자치도 살고 국가도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선거의 계절에, 우리 모두 ‘지방자치’와 ‘지방’을 다시 생각해보아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동호 (좋은정책연구원장 前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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