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498)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498)
  • 경남일보
  • 승인 2020.02.1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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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창선도 출신 김봉군과 양왕용 교수의 문단 이력 읽기(7)
김봉군 교수는 <위대한 정신성을 추구한 큰 시인>의 구상시인론에서 결론을 다음과 같이 맺고 있다.

“구상 시인은 스스로 전인적 실존이기를 갈구한 시인이었다. 심미적 윤리적 종교적 실존의 분열상을 보인 적이 없다. 시인은 언어의 신비로움과 준엄성을 ‘언령’론으로 무장하였다. 현란한 언어 유희적 기교나 말의 성찬을 ‘기어의 죄’로 규정하였다. ‘기어’는 선불교에서 말하는 열가지 죄악의 하나이다. 자연, 사물, 인간을 초자연적 세계의 투영으로 본 시인은 독자적인 시론, 창작의 경지를 개척하였다.

구상시인이 <태평가>(황동규), <어느날 고궁을 지나며>(김수영),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등 단선적 참여시를 통박한 부분에도 우리는 크게 귀를 열어야 하겠다. 진정한 참여시를 쓰려면 시인이 작가와 표상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지적 작용을 통하여 시적 현실에다 인간성, 사회성, 역사성, 양원성을 부여하고, 실재나 실체와 유리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시인이 주장하는 로고스, 에토스의 시학이라 하겠다.

그래서 구상 시인은 현실과 역사의 ‘통고체험’이 결여된 시를 무정란(無精卵)의 시로 보았다. 엘리엇이 말한 위대한 시의 위대한 정신적 지주를 시인은 늘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동양의 불교 및 신선사상 등을 서구의 실존주의와 가톨릭적 보편주의 속에 용해한 그 시정신의 우주가 경이로운 것이다. 다시 말하여 구상 시인은 존재론적 사색을 통하여 한국시의 연약한 체질을 강화하고자 한 것이다. 위대한 정신성을 추구한 시인이 있다는 것은 한국시의 품격을 위하여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봉군 교수는 고희문집 ‘여럿이서 혼자서’를 간행했는데 눈에 띄는 분들이 많다. 시인들 중에는 유안진, 김연균, 유자효 등이 보이고 진주 언저리 유명 인사들로는 하순봉, 강영구, 김승정, 이양 등이 친교를 나누는 이야기를 보탰다. 하순봉 전 국회의원(전 경남일보 회장)의 글을 일부 옮겨 본다.

“김봉군 교수와 필자는 진주고등학교 동문이다. 필자는 29회, 그는 30회로 졸업한 선후배다. 우리는 28회 강인호 선배가 서울대학교에 총 수석으로 합격한 데 대한 자부심과 부담감을 함께 감당해야 하는 후배들로서 모두들 남다른 학구열을 불태웠다. 강선배는 소위 주관식 입시에서 영어, 수학, 사회 세 과목 만점을 기록한, 서울대 역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울대 사범대학에서 다시 만났다. 필자는 손영렬 선생님께 배운 독어실력을 살려 독어과로 진학했고 김교수는 자신의 문학적 포부를 펼칠 국어과를 택했다. 우리 진주고 동문들은 신설동의 ‘형제추탕’, 용두동의 ‘곰보추탕’ 집에 모여 자주 정담을 나누었고 목이 터져라 합창을 했다. ‘지리산 높이 솟아 우리의 기상/ 흐르는 남강물은 맑고 푸르다’ 그래도 우리는 젊은 시절 모교 진주고등학교 교가의 첫머리 ‘지리산 높이 솟아’의 정신을 살리려고 뛰고 또 뛰었다. 더 바라고 아쉬워할 게 무어랴. 나는 요즘 고향에 ‘목림서실’을 열고 100년이 넘은 지방 언론의 효시 경남일보 회장 일을 맡아 고향 진주에 와 있다.(중략) 김 교수도 언젠가 진주에 와서 촉석루의 달빛과 남강의 서정에 함께 취해 볼 시간을 누렸으면 한다.”

다음은 전문화방송 보도본부장 강영구의 글 <나의 친구 김봉군 교수>를 잠시 들여다 보자. “내가 김 교수를 만난지는 50년이 넘었다. 고향이 경남 남해였던 김 교수는 고등학교때 진주로 와 진주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동기로서 동문수학하였다. 김 교수는 1498년 무오사화의 발단이 된 ‘조의제문’ 사건으로 참화를 당한 사관 김일손의 직손이다. 그의 종가는 경북 청도이고 경남 함양에는 김일손 어른의 청계서원이 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는, 이른 바 뼈대 있는 집안의 자손이다. 그의 집안은 과거 조상때 정치적 박해를 피해 남해로 피신, 은거하게 되었다. 이런 내력에 따라 김교수는 유년시절 한학을 익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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