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과잉충성 사라져야
공직사회 과잉충성 사라져야
  • 경남일보
  • 승인 2020.02.1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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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공무원의 과잉 충성 여부는 그 경계선이 애매하다. 만약 단체장이 추진하는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좌경이라고 매도한 공무원이 있다면 그건 과잉 충성일까? 홍준표 경남지사는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 다시 재선해 2017년 4월, 중도 사퇴할 때까지 4년 정도 있었는데 그 당시의 경남 도정은 한마디로 불통이었다. 도청 건물에는 출입증이 있어야 현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고공농성을 막는다며 신관 옥외계단에 철조망도 설치했다. 본관에는 경비가 지키고 있는 중앙 현관문만 출입이 가능하고, 양쪽 출입문은 아예 쇠사슬로 묶어놓았다. 불통 도정에 도민들은 주민소환으로 맞섰다.

5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2015년 3월 30일 아침, 미국 출장을 다녀 온 홍준표 경남지사의 출근 시간에 맞춰 ‘친환경 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관사 앞 골목에서 시위를 했다. 무상급식 예산삭감과 미국 출장 중 골프를 친 것에 대해 비판하는 시위였다. 그러자 도청 간부 공무원 몇 명은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경남운동본부를 종북집단이라고 매도했다. 비록 일부가 나서긴 했지만 무상급식 중단을 반대하는 학부모회의 배후에 종북좌파 세력이 있다고 했다. 그들은 겉으로가 아니라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느낄 만큼 단호하였다. 아이들 밥 걱정하다 종북으로 몰린 학부모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양산지역의 어느 학부모는 “부르르 떨리더라고요”라고 하였다.

간부 공무원들의 기자회견이 있은 지 며칠 후인 4월 3일, 홍준표 경남지사는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교조, 일부 종북세력, 이에 영합하는 반대세력과 일부 학부모단체들이 연대하여 무상급식을 외치고 있다’고 하였다. 보름 전인 3월 13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파의 선동 논리에 밀려 국가 재정능력을 고려치 않은 무상복지는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복지 수요가 절실한 계층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선별복지만이 그 정책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었다. 정치인 홍준표는 ‘종북’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2010년 8월부터 시작된 무상급식은 결국 2015년 4월 1일부터 유상급식으로 전환되었다. 전국의 17개 시·도 중에서 유일하게 경남만 유상급식이 되었다.

간부 공무원 중에서 몇몇은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다. 진주의료원과 무상급식 폐지를 밀어붙이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들 중에는 작은 준표라는 별칭으로 불리운 사람도 있고, 도지사를 방어하기 위해 일부 학교 교장과 전교조 교사를 고소, 고발하는 데에 앞장선 사람도 있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홍준표 후보의 선거유세 일정을 자기 부서가 관리하고 있는 어린이집 시설장에게 보내기도 하고, 도지사를 위해 의료원 민간인 개인정보를 활용하기도 했다. 과장 시절에 공무원노조로부터 인기도 많았고, 베스트 공무원으로 선정된 사람도 있다.

조선시대에 대사간이었던 계곡(谿谷) 장유(張維)는 ‘조정에서 시행한 조치가 백성들의 여론과 선비들의 공의(公議)에 제대로 합치되는 것이라면 신들은 마땅히 우러러보며 복종하기에 겨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야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채 구차하게 부화뇌동하여 나랏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내버려둘 수 있겠습니까?’라는 상소문을 1624년 인조에게 올렸다. 그렇다면 홍준표 경남지사가 있을 때 공직사회에는 일부 과잉충성과 부화뇌동하거나 꿀 먹은 벙어리만 있었단 말인가? 백성들의 여론이었던 무상급식을 위하여 상소문을 올린 공무원이 한 명도 없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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