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만해도 충전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터무니없는 이야기 같지만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3일 한국세라믹기술원은 머리카락을 닮은 나노구조물을 이용해 마찰전기 에너지 수확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소자를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조성범 세라믹기술원 박사와 방창현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이 디자인한 에너지소자는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효율적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수평방향 등 모든 방향의 움직임을 수직 방향으로 바꿔주는 머리카락 모양의 나노구조물을 기존 마찰전기 소자 위에 부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동안 전세계 에너지 연구자들은 태양광이나 진동, 열, 바람 등 일상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에너지를 수확해 전원으로 활용하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연구에 열을 올려왔다.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체열로 충전되는 스마트워치, 운행 중인 차량의 진동을 이용한 스마트폰 충전, 보행 시 지면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충전되는 가로등 등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돼 왔다. 그 가운데 물체의 접촉에서 생기는 마찰전기를 이용하는 나노발전기 역시 높은 접근성과 효율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두 물체의 접촉을 유도할 수 있는 특정 방향(접촉면의 수직방향)의 움직임에만 반응해 효율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조성범 박사와 방창현 교수 연구팀은 이런 한계점을 극복했다. 머리카락 모양의 작은 구조물이 마치 기차 선로전환기 역할을 해 버려지는 것 없이 모든 방향의 움직임으로부터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소자를 옷감에 부착한 결과 지폐를 팽팽하게 편 것의 1/5의 힘에 불과한 0.2파스칼(Pa) 이하의 아주 적은 수평 방향 압력에도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
옷깃이 흔들릴 정도의 아주 작은 바람에도 마찰전기를 유도하게 된 셈이다.
이와함께 머리카락 모양 구조의 비밀도 알아냈다. 연구팀은 머리카락 모양의 구조체에 형성되는 반복적인 응력분포의 집중·분산 때문에 수평방향의 힘을 수직방향으로 변환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번 에너지소자 디자인은 초소형 IoT 기기, 생체삽입형 소자의 전원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함으로써 이 같은 기기의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이공분야 기초 연구사업의 지원을 통해 진행됐다. 연구팀 논문은 독일에서 발행하는 재료공학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2월 13일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한국세라믹기술원 조성범 박사와 성균관대 방창현 교수 연구팀이 머리카락을 닮은 나노구조물을 이용해 마찰전기 에너지 수확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소자를 디자인 했다. 사진은 논문이 게재된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2월호 표지. 머리카락 구조를 캐패시터 층 위에 얹은 마찰전기 에너지 수확 소자 개요도. 일반적인 마찰전기 에너지수확소자는 두 개의 ITO 전극판형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이번 연구에서 제작한 소자는 IoT 전극 위에 PET, PTFE, PUA 등의 소재를 이용해 머리카락과 비슷한 마이크로 구조체를 올린 소자를 제작했다. 사진제공=세라믹기술원 조성범 세라믹기술원 박사 방창현 성균관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