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 밸런타인데이와 과도한 상업적 발상
[김흥길의 경제이야기] 밸런타인데이와 과도한 상업적 발상
  • 경남일보
  • 승인 2020.02.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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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사제였던 발렌티누스(Valentino)는 서기 268년 이전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클라우디우스 2세가 로마 황제에 올라 젊은이들을 징집하여 활력이 넘치는 군사력의 확보 유지를 위해서, 젊은이들의 결혼을 금지하는 불공정하고도 부당한 법을 제정 공포하였다. 황제는 이 칙령의 취지를 남자들이 결혼하여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두고 온 가족 생각에 사기가 떨어지거나 불량한 병사가 될 수 있다는 구실을 대며 정당화 하였다. 그러나 발렌타인 사제는 이러한 산아제한적인 황제의 명령을 거부하며 심각하게 위반하고 만다. 그는 결혼식 주례를 부탁해오는 모든 젊은이들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혼인성사를 집전하면서 황제의 칙령을 공개적으로 조롱하듯 무시하였다. 그의 성당은 젊은 연인들로 넘쳐나게 되었다. 결국 발렌타인 사제는 황제 앞에 잡혀오게 되었고, 황제의 엄한 심문을 받게 된다.

그는 황제에게 다음과 같이 항변한다.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였고, 순수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사랑으로 맺어진 남녀는 결혼을 해야 한다. 그 결혼은 신성한 예식 가운데 하나이며 하나님 스스로가 사랑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남녀의 결혼 집례를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라고 요구하는 것이기에 나는 따를 수가 없다.” 발렌타인 사제는 행복해 하는 젊은 연인들의 어버이이자 스승이었지만 아주 협소한 감옥에 오랫동안 갇혀 있다가 심하게 두들겨 맡고 또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진 채 270년 2월 14일에 결국 참수형에 처해지고 만다. 발렌타인 사제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클라디우스 황제는 천벌을 받아 그해 8월에 흑사병인 페스트에 걸려 죽고 만다. 반면에, 발렌타인 사제는 사랑을 위한 그의 헌신을 숭배하기 위해 성인품에 추서되고 연인들로부터는 수호성인으로 추앙받게 되었다.

2월 14일이 연인들의 축일로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유럽이었으나 상업화 된 축제는 19세기 중엽, 미국에서 발전되기 시작하였다. 연인들끼리 주고받는 카드를 제작하여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유럽 국가들에서는 전통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카드와 함께 선물 또는 초콜릿이나 장미를 전하기도 한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풍조가 두드러지며 지나칠 정도로 상업화 된 것은 일본의 영향 탓이다. 1936년 일본 고베의 한 제과업체의 밸런타인 초콜릿 광고를 계기로 “밸런타인데이=초콜릿 선물하는 날”이라는 이미지가 일본에서 정착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1960년 일본 모리나가 제과(森永製菓)가 여성들에게 초콜릿을 통한 사랑고백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여성이 초콜릿을 통해 좋아하는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써의 일본식 밸런타인데이가 정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가 지나칠 만큼 상업화의 정점에 이르게 되자, 한국에서는 다른 열 한 달의 14일을 젊은이들의 축일로 기념하게 하는 기발한 상업적 발상까지 하게 된다.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라 명명하여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날로 기념한다. 4월 14일은 블랙 데이라 하여 이른바 ‘솔로의 날’로, 싱글들이 짜장면이나 커피와 같은 검정색 음식을 먹는 날이란다. 5월 14일은 로즈 데이로 사랑하는 사람들 끼리 장미꽃을 주고받는 날이고, 6월 14일은 이른바 ‘키쓰 데이’로 연인들 간에 사랑을 확인하며 키쓰하는 날이란다. 7월 14일은 ‘실버 데이’라 하여 연인들끼리 은반지를 주고받는 날이고, 8월 14일은 ‘그린 데이’로 연인들이 손잡고 푸른 숲속을 함께 산책하는 날이다. 9월 14일은 ‘포토 데이’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는 날이란다. 10월 14일은 ‘와인 데이’라 명명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와인을 함께 마시는 날이고, 11월 14일은 ‘무비 데이’로 연인들이 함께 영화를 보는 날이며 12월 14일은 ‘허그 데이’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꼭 껴안아 주는 날이란다. 마지막으로, 1월 14일은 ‘다이어리 데이’라 하여 연인과 서로 다이어리를 건네며 1년간의 사랑을 계획하는 날로 기념한단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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