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비차 발명가 정평구는 실존인물이다
[기고]비차 발명가 정평구는 실존인물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2.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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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비차발전위원회 상임대표·소설가)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에 진주성에서 비행기가 날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탓에 사람들은 그 비행기를 만든 사람의 존재도 믿으려 들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리하여 세계 최초의 비행기인 비차를 발명한 정평구를 야사(野史)나 전설 속 인물로 치부하는 경향도 많다. 이것은 비차(비거)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이들의 성급하고 그릇된 주장인 바, 결론적으로 말해 정평구는 실존인물이다.

몇 해 전에 우리 비차발전위원회 회원들이 정평구의 고향인 김제시를 방문, 그곳에 살고 있는 정평구 후손들을 직접 만나 정평구 묘소에 비차 책 헌정식을 했고, 정평구 문중 대표는 우리 위원회에 정평구 가문 족보를 증정하였다.

그 족보에 의하면 정평구의 본명은 유연(惟演)이고, 자(字)가 평구(平九)로 되어 있다. 그는 김제군 부량면 제월리에서 1566년 3월 3일에 태어나 1624년 9월 9일에 사망, 58세까지 살았다는 기록이 보인다.

간혹 정평구는 진주성 2차 전투 때 39세로 죽었다는 설이 있는데 이것은 명확한 근거가 없다. 필자가 추측컨대 당시 수성장인 김시민 장군이 39세에 서거하였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정평구가 죽었다는 것으로 오인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정평구 묘소는 현재 전북 정읍군 신태인읍 청천리 소재 명금산에 있으며 그의 부인 평산신씨와 함께 모셔져 있다.

또, 이 족보에는 그가 ‘飛車’를 발명하였다는 글이 보이고 부산시 동래구 화지산(華池山)에 철비(쇠비석)가 있다는 기록도 나와 있어, 그곳 관계자들에게 문의했으나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더욱 큰 책임을 느끼게 했다.

그동안 우리 회원들은 생업에 바쁜 중에도 앞서 말한 정평구 고향뿐만 아니라 비차(비거)를 소지했다고 알려진 충청도사람 윤달규의 고향에 있는 윤증 고택도 방문하고, 카이(KAI), 테크노파크 항공우주센터, 공군본부, 공군교육사령부, 국군방송국 등 여러 기관을 찾아가고, 학술세미나와 전시회 등을 통해 비차(비거)와 정평구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 결과, 처음에는 우리 회원들을 이상하고 미친(?) 사람 취급도 했던 눈길이 이제는 아주 조금씩이나마 이해도를 높여가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여기서 바라고 싶은 것은 역사적 기록이 미미하여 인정받기 쉽지 않은 비차(비거)와 정평구에 대해 무책임한 말을 자제해 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이제 겨우 싹을 틔우려는데 말이다. 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깨지 말라는 말도 있다. 일을 하다 보면 갑자기 뛰어든 누군가의 생각 때문에 역사적 문헌적 사실까지 왜곡되는 사례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필자가 본보에 ‘진주성 비차’를 연재할 때 한 독자가 그게 픽션이냐 팩트냐 물어 와서, 전해지고 있는 기록에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라고 했더니, 그러면 이것을 살려내어 후대에 전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서, 우리는 비차(비거)를 홍보, 계승, 발전시키자는 목적으로 비영리시민단체인 비차발전위원회를 구성,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는 것이다.

정평구는 일신상의 영욕을 위해 비차(비거)를 만들었겠는가. 그는 오로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에게 죽어가는 동족을 구하기 위한 일념만으로 비차(비거) 제작이라는 그 힘겨운 노력을 쏟았을 것이고, 그것을 떠올리면 눈물이 솟지 않을 수 없다. 모쪼록 정평구 조상님의 백성을 위하는 숭고한 정신과 위대한 업적이 훼손되지 않고 고양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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