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정원 (8)경남 첫 해외 원정 겨울왕국 일본 알프스
신들의 정원 (8)경남 첫 해외 원정 겨울왕국 일본 알프스
  • 경남일보
  • 승인 2020.02.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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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일본 북알프스 원정대 출국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남산악연맹의 최초 해외 원정은 1981년 일본 북알프스 등반이었다. 경남산악연맹 창립 1주년 기념사업으로 원정을 추진했다. 원정대는 송환기 대장, 정연길(회계·촬영), 이호상(장비), 이석열(식량)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진주산악회 출신 송환기 대장은 1980년 일본 북알프스 종주 경험이 있어 대장으로 선발했다.

송환기 대장과 친구인 민기훈씨(진주산악회)는 회상했다. “환기 형님이 일본에 계셨다. 자주 교류하면서 북알프스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었다. 북알프스 경험이 있고, 일본 사정에 밝은 그가 원정대장으로 가장 적임자였다. 그는 등반클럽을 만들어 활동하는 등 정말 열심히 산을 탄 산꾼이었다.”

창립 1주년 사업…일본 북알프스 원정

1981년 8월 23일 경남산악연맹 사무실에서 발대식을 가졌다. 이순석 회장은 대원들에게 당부했다.

“경남산악연맹 창립 1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으로 일본산악단체와 친선 도모, 해외 산악정보 교류 등 국외 산악을 통한 등반기술 연마를 위하여 일본 북알프스 등반을 계획했다. 짧은 연륜의 경험 속에 해외 원정 등반을 시도하다 보니 준비과정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훗날보다 더 높고 험한 알프스와 히말라야의 벽을 겨냥하는 희망찬 마음으로 오늘의 계획을 하나하나 착실히 준비해 왔다. 이번 원정대의 건투를 빈다.”

8월 25일 원정대는 김해공항에서 경남연맹 관계자들의 격려를 받으며 일본으로 향했다. 8월 26일 오사카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북알프스가 시작되는 도야마(富山)현에 도착했다. 도야마는 알펜루트 설벽으로 유명한 곳이며 일본 북알프스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다.

3000m 고산을 누비다

원정대는 27일 오리다테(1350m)에서 역사적인 등반을 시작했다. 첫 원정이라는 설렘으로 얼굴은 상기됐다. 배낭은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경쾌했다. 초반은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호흡을 가다듬었다. 2시간 만에 능선을 오르자 다테야마 연봉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해발 3000m가 넘는 산을 처음 만난 그들은 가슴이 벅찼다. 그동안 오른 지리산과 한라산, 설악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대원들은 많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은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휴식과 등반을 계속하며 타로타이라 산장(2325m)에 오후 늦게 도착했다. 대원들은 일본 북알프스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잊을 수 없는 하룻밤을 보냈다.


  
1981년 북알프스 원정대원들. 왼쪽부터 이석열 정연길 송환기 이호상
1981년 북알프스 원정대원들.
‘야리호다케’ 대협곡과 능선을 오르다

다음날 일찍 타로타이라 산장을 출발한 대원들은 야쿠시자와(1900m)를 지났다. 이제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내딛는 것이었다. 대원들은 2000m가 넘는 봉우리를 올랐다. 잠시 후 그들은 백두산보다 높은 쿠모노타이라(2560m)를 지날 때는 감회에 젖기도 했다. 그들은 미츠마타 산장(2540m)에 여장을 풀었다. 8월 29일부터 대원들은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5번째로 높은 야리가다케(3180m)를 지나 오오바이다케(3110m)~미나미다케(3032m)~기타호타카다케(3106m) 등 3000m가 넘는 산들을 오르내렸다. 호타카다케 산장(2983m)에서 등반을 마쳤다.

원정을 다녀온 후 대원들은 원정 소감을 밝혔다. “경남에서 처음으로 해외 원정을 온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대원들은 3000m가 넘는 산들을 오르고 내렸지만 힘든 줄을 몰랐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설었다. 정말 열심히 배우려고 했다. 그러나 첫 원정이라 부담도 많았다.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8월 마지막 날 그들은 흥분했다. 일본 북알프스 최고봉이자 일본에서 3번째로 높은 오쿠호타카다케(3190m)를 오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호다카 산장을 출발한 대원들은 힘차게 오쿠호타카다케로 향했다. 그동안의 훈련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일본 북알프스 맹주 오쿠호타카다케를 오른다는 생각에 걸음은 빨라졌다. 약 1시간 정도 등반 후 대원들은 정상에 섰다. 원정대는 북알프스 야리가다케~오쿠호타카다케를 연결하는 ‘야리호다케’ 대협곡과 험준한 능선을 오르며 등반기술을 익혔다. 지난 10일간의 원정으로 대원들은 자신감을 안고 귀국했다.

 
일본 북 알프스 등반대 팜프렛

 

지리산등산학교 조교 중심…겨울왕국으로

부산기공OB산악회는 1989년 겨울왕국 일본 북알프스 원정을 떠났다. 부산기공OB산악회 창립 7주년과 경남연맹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로 추진됐다. 지리산 등산학교 조교 중심으로 구성했다. 박계현 대장을 비롯해 정동락(부대장), 이종광(운행·촬영), 이윤수(식량), 송임모(총무·기록), 김시영(장비), 곽병진(장비), 우봉환(식량), 김영민(수송), 박종화(수송), 김송호(포장), 김희철(의료) 대원 등 12명이 참여했다.

박계현 대장은 “경남연맹 창립 10주년을 기념행사의 한 단계로 젊은 산악인의 기개를 펼쳐 보면서 그 나라의 풍습과 국민성, 그리고 발전상을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발휘해 좋은 훈련을 마치고 귀국하겠다”고 원정 취지를 밝혔다.

산악인들에게 겨울 북알프스의 풍부한 적설량은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훈련장이었다. 12월 30일 원정대는 김해공항에서 일본 오사카~나고야~혼슈~카미코치(上高地)를 거쳐 1989년 마지막 날 다케사와 휴게소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했다. 1990년 1월 1일 첫날 베이스캠프를 떠난 이들은 오쿠호타가다케(3190m) 주변을 등반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다음날 역시 마에호다카다케(3090m)~오쿠호타카다케(3190m) 등 생애 처음으로 3000m 이상의 높이에서 산행을 즐겼다. 1월 3일에는 베이스캠프를 떠나 기타호타카다케(3106m)~미나미다케(3033m)~야리가타케(3180m) 등반을 하며 요오코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1월 5일 다케사와휴게소로 돌아온 원정대는 도쿄~오사카~김해를 거쳐 창원으로 원정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귀국했다.



■일본 북알프스

일본 알프스는 일본의 지붕이다. 일본 혼슈 중앙부를 차지하는 일본 알프스는 히다산맥, 기소산맥, 아카이시산맥을 통틀어 부르고 있다. 일본 알프스는 북알프스, 중앙알프스, 남알프스로 분류하고 있으며 히다산맥을 북알프스, 기소산맥을 중앙알프스, 아카이시산맥을 남알프스로 부르고 있다. 최고봉은 남알프스의 기타다케산(3192m)을 중심으로 3000m 이상의 고봉 20여 개가 병풍처럼 쌓여 있어 일본 최고의 산악지대로 평가받고 있다.

북알프스는 나가노, 기후, 도야마현에 약 70㎞에 걸쳐 있으며 일본에서 세 번째로 높은 오쿠호타카다케(3190m)와 다섯 번째로 높은 야리가타케(3180m)를 비롯한 높이 2500~3000m급 산들이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특히 겨울에는 엄청난 적설량으로 인해 전문 산악인들에게는 적은 비용으로 겨울 훈련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알프스’ 명칭을 얻은 것은 1878년 메이지 시절 영국 기술자 윌리엄 골랜도가 야리가타케를 등산한 이후 기록을 남겼다. 이후 영국인 선교사 월터 웨스튼이 히다산맥과 아카이시산맥에 있는 많은 산을 오르고 ‘일본 알프스의 등산과 탐험’이라는 책을 출판함으로써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박명환 경남산악연맹 부회장·경남과학교육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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