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가격리 대상자 두번 울리는 정부대책
[기고] 자가격리 대상자 두번 울리는 정부대책
  • 경남일보
  • 승인 2020.02.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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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원 (중국어 강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여파로 난생 처음 자가격리를 했다. 중국에 부모님 간병하러 2주간 다녀온 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가족 및 주변사람들에게 누(累)가 될까봐 자가격리를 자청했다. 신학기 이사를 잠시 미루고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갑갑한 생활이 지속됐다. 아이들을 아예 보지 못하니까 공부는 잘하고 있는지, 집에 오면 TV나 폰을 만지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앞섰고, 작은 아이가 자꾸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먹여서 마음이 아팠다. 청소가 되어 있지 않은 낯선 이삿집은 부엌을 사용할 수 없었고,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으며, 냉장고가 아직 없어서 어머님께서 보내준 밥과 반찬이 상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 좋지 않게 흘러갔다. 방과후 학교나 복지관 등에서 강사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중국에서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수업을 할 수가 없었다. 교육청에서는 업무배제 대상자라고 알려왔고, 학교에서도 수업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해 결국 방과후 일을 접었다. “나는 아무 이상도 없이 한국에 잘 돌아왔는데, 뭐가 잘못돼 학교에도 못나가는 걸까”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열을 재며 몸상태를 체크해 보건당국에 카톡으로 전송하며 두문불출하는 생활이 지속됐다. 여기 저기서 안부전화도 왔다. 겁이 많은 나는 자기 전에 문이나 창문을 잘 잠궜는지 꼼꼼히 확인했고, 새벽 2∼3시까지 잠 못 이룰때도 종종 있었다. 14일이 긴 시간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무노동무임금이라고 했던가.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교회 다니는 분들이 먹을 것을 문에 걸어두고 갔을 때는 감동을 받기도 했다.

어느날 목이 불편해서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차제에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도 확인하고 싶었다. 코와 목 깊숙이 면봉같은 것을 넣어 측정 했는데, 매우 고통스러웠다. 그러던 중 자가격리자에게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당국에 자가격리 대상자가 맞는지를 다시 물었다. 정확하게 권고자라고 했다. 한마디로 한푼의 보상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 친구들에게 SNS로 자랑해 부러움을 샀는데 창피했다.

보건당국은 자가격리 보호 및 보상과 관련,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상기했으면 한다. 우리 지역에 12명의 자가격리 대상자중 3명만 질병당국이 말하는 엄격한 자가격리 대상자라고 들었다. 예산 지원은 자가격리자를 두번 울린다.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 2주 단위로 끊을 것이 아니라, 하루단위로 실질적인 자가격리 대상자에게 생계비가 지원하면 정책이 보다 실효를 거둘 것이다. 자가격리 대상자 범위 또한 너무 좁아 넓혀야 한다. 현행제도는 현실과 불일치하는 점이 많다. 코로나19에 있어서 만큼은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민자는 중국 근로자보다 처우가 못한 것 같다. 의무에 합당한 권리 제공의 공감정책이 아쉽다. 자가격리가 곧 끝나면 상쾌한 공기를 다시 마시게 된다. 자가격리 대상자 및 가족들에게 “모두 힘내세요!”라고 전하고 싶다.

 
유려원 중국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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