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499)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499)
  • 경남일보
  • 승인 2020.02.2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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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창선도 출신 김봉군과 양욍용 교수의 문단 이력 읽기(8)
전 문화방송 보도본부장 강영구의 김봉군 교수에 대한 이야기는 이어진다.

“김교수는 서울 삼성동 이웃 사촌이다. 서울에 살면서 지근 거리에 고향 친구가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믿음직스럽고 의지가 되는지 모른다. 요사이 김교수는 집 부근 청담공원에서 함께 산책을 즐기는 산책 동료이자 문학 교사이다. 그와 함께 산책을 하면서 나는 고향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공유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50년 전 진주고등학교 문예반시절로 되돌아가 다시금 문학을 이야기하는 기회를 얻곤 한다.그의 청담공원 즉석 문학 강의는 내게 그동안 잊고 지냈던 문학에 대한 그리움을 반추하게 한다.”

다음은 진주고교 동기이자 전 SK글로벌(주) 대표이사 부회장 김승정의 글이다.

“고등학교에서 만나 공부하면서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데 사귈수록 촌놈(창선도)이 아니고 예상 외로 진정성이 있고 항상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열려 있는 선비 같은 친구였다. 그리고 많은 독서와 사색으로 다듬어진 지성미와 남에게 전혀 거부감이나 기분 나쁜 이미지를 주지 않는 친화력도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로 소식이 없다가 해후하게 되었는데 당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본래 책 읽기를 밥 먹듯이 하고 시나 글쓰기를 잘하던 친구라 ‘역시 자기 길을 제대로 갔구나’하는 생각을 하였다. 솔직히 그는 나처럼 산업계에 나와서 활동할 성격이나 그런 구석이 없는 순진무구의, 흔치 않은 보석 같은 친구였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한담이나 정담을 나눌 때에도 반듯한 자기 주관과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서로 주고 받는 한담에서는 김교수의 선하고 맑은 마음이 묻어나는 생활 자세가 아무 꾸밈없이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늘 편안해 보여 가까운 친구로서도 존경의 염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김교수의 소중한 또 한 사람의 친구는 고교시절 같은 반에서 반장과 부반장으로 인문계 학급을 가지런히 함께 이끌어 갔던 전 진주고려병원장 이양 원장이다. 원장의 글을 보자.

“김교수는 반세기가 넘도록 사귀어 온 고우(故友)이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는 같은 반에서 공부한 인연이 있어 우정이 더욱 돈독하다. 둘이서 반장 부반장 책임을 맡아 학급 일을 돌봤으니 그 정이 남다르다 할 수밖에 없다. 김교수는 총학생회 일까지 보았으니 수험생으로서는 적이 어깨가 무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교수와 필자는 적성이 서로 달랐다. 그는 문과 쪽, 필자는 이과 쪽 과목을 좋아했다.그럼에도 우리는 한 반에서 공부했다. 그 당시 우리학교는 소위 전인교육을 목표로 하여 문,이과 학생이 모두 수학의 미분, 적분까지 같이 배웠다. 지학과 법학통론까지 21개 교과를 공부하였다. 또 체력 단련을 위하여 매일 2교시 수업을 마치면 전교생이 체육복으로 갈아 입고 운동장에 모여 보건체조를 하였다. 문과, 이과를 분반하여 실리적으로 공부하였던 여느 학교들과 달리 우리 학교는 우직하기 짝이 없는 커리큘럼을 운영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의 2년 선배는 서울대학교 총수석을 차지하기도 하였으니 실리적인 교과 운영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아무튼 김교수와 필자는 이렇게 공부하여 각기 서울대학교 인문계와 자연계로 진학했다. 그는 국문학,법학을, 필자는 의학을 전공하여 각자 각기 적성에 맞는 길에서 매진하였다. 김교수는 필경 문학가로 필자는 외과의사로 일하다 보니 벌써 고희에 이르렀다. 당나라 시인 두보가 <곡강(曲江)>이란 시에서 ”인생칠십고래희“라 했다는 그 ‘고희’가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시간은 무상하다.

대학 졸업후 김교수와는 의료 관계로 자주 인연을 이어 왔다. 의대 수련의 시절에는 그의 모친의 중환으로 필자를 찾았고 필자가 박사학위를 끝내고 진주로 내려와 개업한 뒤에는 김교수의 고향 친지들 치료 문제로 자주 상의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비록 천리 밖에 떨어져 살아도 그와 필자는 결코 끊어질 수 없는 우정의 통로를 틔워 놓고 있었다. 반세기가 넘는 우정!그 우정을 계속 이어가도록 피차 섭생에 유의하고 운동도 함에 있어 맞게 하며 건강한 노년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빈다.

유안진 시인은 김교수에게 <우뚝한 거목 동구 나무로 늘 건재하시기를>이라는 시를 보냈다. ”우리네 마을마다 동구나무가 있었지요/ 명승고적도 아니지만/ 동네마다 한 그루씩 그냥 서 있는 동구나무“라 하며 ”외롭고 쓸쓸할 때 더 그리워지는 고향처럼“ 있어 달라는 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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