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비밀
아름다운 비밀
  • 경남일보
  • 승인 2020.02.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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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부 (부동산업)
비밀이란 뭘까?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면 비밀일까?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알면 비밀일까? 전자도 비밀이고 후자도 비밀이다. 전자는 혼자만의 비밀이고 후자는 둘만의 비밀이다. 여기 아름다운 비밀이 있다.

고요한 아침, 붓다(각성한자)의 침묵에 제자들과 군중들은 당황하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일까? 왜 스승님은 아무런 말씀도, 설법도 아니 하실까?” 지금까지 이런 일은 결단코 없었다. 그러나 누구도 쉽게 입을 열 수는 없었다. 무거운 침묵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윽고 붓다가 가벼이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는 아름다운 연꽃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아직 차가운 날씨에 때 아닌 연꽃도 신기하지만 제자들과 군중들은 부처님의 침묵이 더 의아하고 불편했다. 그 순간 누군가 부처님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하가섭 이었다. 가섭이 미소를 보이자 그제서야 부처님은 손을 내리고 자리를 물러났다. 철 아닌 연꽃은 또 뭐며 저 양반은 왜 웃었나? 제자들은 스승께 찾아가 물었다. 그러나 스승은 웃은 그가 안다며 그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를 찾아 다시 물었지만 그 또한 나는 스승님이 답하지 않은 것을 결코 대답할 수 없다며 스승님한테 물어 보라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염화미소, 염화시중의 일화다. 우린 정말로 그 연꽃의 의미를, 가섭의 그 미소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안은 제자들은 스승한테는 차마 다시 묻지 못하고 그에게 몇 번을 물었건만 그는 결국 침묵으로 일관했다. 물론 붓다 또한 그가 말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열반의 순간에도 그는 결코 그때 그 미소의 의미를 말하지 않았다. 그는 대승불교와는 거리가 멀지만 아마 이것이 선(禪)의 시작일 것이다. 미미한 이 작은 시작은 천년 후 중국으로 건너온 달마에 의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그대는 이 연꽃의 의미를, 가섭의 소리 없는 미소의 의미를 알고 있는지? 흔히들 염화미소, 이심전심, 교외별전으로 이야기하며 가볍게 지나간다. 물론 진리는 무겁거나 어렵지 않다. 그대는 이 아름다운 비밀을 풀었는지? 대개의 종교에서 상징처럼 떠 오르는 꽃은 없는데 유독 불교 하면 연꽃이 떠 오르는지? 손에 든 연꽃, 가섭의 미소, 불교와 연꽃의 신비하고 신성한 이야기는 우리 삶에 있어 아름다운 비밀이 아닐까? 혼자만의 비밀도 아니고 둘만의 비밀도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아름다운 비밀 하나를 숙제로 남겨 둔 건 아닐까?

 
문경부 (부동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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