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그 꽃의 기도
[강재남의 포엠산책] 그 꽃의 기도
  • 경남일보
  • 승인 2020.02.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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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꽃의 기도

/강은교



오늘 아침 마악 피어났어요

내사 일어선 땅은 아주 조그만 땅

당신이 버리시고 버리신 땅



나에게 지평선을 주세요

나에게 산들바람을 주세요

나에게 눈 감은 별을 주세요



그믐 속 같은 지평선을

그믐 속 같은 산들바람을

그믐 속 같은 별을



내가 피어 있을 만큼만

내가 일어서 있을 만큼만

내가 눈 열어 부실 만큼만



내가 꿈꿀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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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땅에서 핀 꽃의 한생은 지평선과 산들바람과 별 한 채, 그것도 눈 감은 별 한 채면 된다하네. 그믐 같은 캄캄함이어도 그리하여 세상의 절벽에서 마지막을 맞는다 해도 만족스럽다하네. 피어 있을 만큼 서 있을 만큼 겨우 실눈 뜰 정도의 잠깐이면 된다하네. 버려진 땅에 피었어도 순간을 꿈꿀 수 있다면 충만한 거라 하네. 당신이 버리고 버렸어도 꽃으로 환생하여 꽃의 이름을 가졌으니 원망이 없다하네. 네 기도는 이렇듯 낮은데, 그동안 나의 기도가 너무 높았구나. 부끄러운 시간이 저만치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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