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욱 (경남과기대 아름다운마을연구소 소장, 교수)
세계사를 바꾼 질환 중의 대표로 흑사병이 있다. 1346년에 유럽 동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1353년까지 유럽 전역에 급격하게 확산되었던 대규모 감염 사태로 특히 1348년에서 1350년 사이의 3년간 최고조에 달하였다. 그 결과 1347년 당시 약 8000만명이었던 유럽의 인구는 6년만에 3000만명으로 급감하였다. 이 질환은 극심한 통증, 고열과 함께 온 몸에 생긴 출혈로 생긴 멍이 검게 보여 흑사병이라 불렸다. 질환은 크게 원인에 따라 두종류로 나뉘어진다. 임파선 페스트가 쥐벼룩에 물려 걸리는 데 반해 폐 페스트는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이 되니 감염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흑사병이 피해간 특정 지역과 특정 민족을 살펴봄으로서 우리는 감염질환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먼저 특정지역의 신속한 대응을 살펴보자. 흑사병이 이탈리아에 들어왔을 때 피렌체와 베네치아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죽었다. 하지만 밀라노 지역의 사망률은 이에 비해 현격히 낮았다. 페스트가 밀라노에 들어왔을 때 먼저 3가구가 감염되자 시 당국은 즉시 이들 3가구를 봉쇄하였다. 밀라노는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신속히 병자들을 격리하여 15% 이하의 인구만이 사망했다. 게다가 1350년 부터는 의심환자와 이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성문 밖에 설치된 격리병원에서 치료하게 한 것도 사망자를 줄이는데 효과를 발휘했다. 당시 밀라노 시 당국의 빠른 판단력과 실천에 옮기는 리더십을 배울 필요가 있다.
흑사병에서 배우는 세 번째의 교훈은 바로 겸손이다. 17세기 중반이후 흑사병이 자취를 감추었다.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특히 페니실린이 실용화된 1941년 이전 인류의 평균수명은 40세 남짓이었으나 항생제가 발견된 지 70년 만에 인류의 평균수명은 두 배를 넘기게 되어 감염질환이 완전정복 되는 것으로 보였다. 세균을 정복한 인간의 완전한 승리로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신약개발에 보통 수년이 걸리는데 비해 하루만에 70대손이 태어나는 세균은 내성을 너무나 빨리 발달시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는 과학의 진보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이 싸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위기일수록 발하는 리더십, 명확한 지침, 질병에 대하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신용욱 (경남과기대 아름다운마을연구소 소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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