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도시 계속 이대로 좋을까?
코로나의 도시 계속 이대로 좋을까?
  • 경남일보
  • 승인 2020.02.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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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사람들이 도시로 점점 더 모여드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통계에 의하면 오늘날 도시에 사는 비율은 55% 정도 된다고 한다. 통계청의 자료는 한국과 북미의 경우는 이미 80%를 훌쩍 넘었고 유럽도 70%를 상회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전 세계의 평균 도시율이 70%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류 10명 중 7명이 고밀화 혹은 초과밀화 된 도시 지역에서 사는 셈이 된다.

넓은 전원과 땅을 두고 사람들이 도시를 선호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에 큰 우위성을 둘 수 있다. 도시는 농촌에 비해 다양한 일과 일터가 집약되어 있어 그만큼 부를 획득할 기회가 많아진다. 도시의 또 다른 유리한 지위는 정치에 있다. 중앙은 물론이고 지역의 핵심적인 권력은 일반적으로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그 외에도 교통, 전기, 통신, 가스, 상·하수도 등의 사회 간접 시설이 농촌보다 훨씬 더 편하게 설치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더욱더 매력적인 것은 미래를 보장하는 좋은 교육기관과 문화시설이 집중해 있다는 것이다.

역사를 살펴봐도 중세 때의 도시화 촉진의 가장 큰 원인은 상업과 수공업의 발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여 봉건영주로부터의 독립할 기회가 생겨나 유럽에서만 수천 개의 도시가 탄생했고, 농노들은 자유를 찾아 떼를 지어 왔다. 도시화가 가장 급속도로 진행된 것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이다. 무엇보다도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산업화 된 도시로 물밀 듯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1960년대부터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도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도시 발전의 이면에는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도시환경의 피폐화였다. 사람들이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이 몰리다 보니 정주환경이 악화되었다. 특히 슬럼화된 지역에서는 상·하수 등의 설치가 뒤따르지 못하여 위생 상태가 열악한 지경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는 대규모 전염병의 온상지가 되어, 도시는 물론이고 인류 전체의 존재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중세 때부터 창궐했던 흑사병이나 콜레라, 결핵, 장티푸스, 천연두 등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가 있다.

현대에 와서 과학과 산업의 발달로 의학과 항생제 등의 약품이 개발되고 대량생산되면서 사람들은 이러한 끔찍한 일이 드디어 종말을 고했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도시개발의 속도와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도심에는 마천루가 자고 나면 등장하다시피 했고 자동차를 위한 도로와 대규모 주거단지가 속속히 건설되었다. 이러한 결과 인구 천만을 넘는 메가 도시도 심심찮게 나타났다. 하지만 고도의 기술과 산업에 힘입어 탄생한 이러한 인공도시는 심각한 이면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경제적 이익과 탐욕에 빠져 자연을 도외시하고 파괴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한 것이다. 더구나 도시는 공장과 자동차가 내 뿜는 매연으로 뒤덥히게 되었고, 독을 품은 공기가 도시에 남아 시민의 건강을 해쳤다. 심지어 이를 피해 주말이나 휴가를 가기 위한 리조트를 짓느라 또다시 자연을 추가로 훼파하였다.

이 결과 과거의 전염병을 극복하고 건강하고도 위생적이며 안전한 현대적 도시를 이룩했다는 착각을 하고 있던 오늘날에 새로운 불청객이 찾아왔다. 에볼라, 사스, 메르스, 코로나 등의 신규 전염병이 인류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코로나19’만 하더라도 도시화 문제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과밀화된 대도시인 우한이나 대구 등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결과는 치명적이어서 불과 수백 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건강과 생명은 물론이고 지역과 국가 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정도이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도시화를 막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라도 경제적 이익에만 눈멀지 말고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자동차 도로보다는 바람길을 더 시원하게 만들고, 야경보다는 더 휘황찬란한 햇빛을 도시 공간에 가득 넘쳐나게 해야만 한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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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20-03-09 18:17:24
백번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 길에 교수님께서 앞장서서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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