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감옥
생각의 감옥
  • 경남일보
  • 승인 2020.02.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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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대 (진주시 주택경관과 계장)
박영대
박영대



인도의 셀룰러 감옥은 인도의 독립투사 수감장소로 사용되어 졌는데, 공동생활 공간도 없이 689개의 독방만으로 되어 있고,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로 두려움을 극대화하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 바다’라는 무시무시한 명칭까지 얻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감옥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감옥은 생각의 감옥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은 타인에 의해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형성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어디에 갇혀있는지 모르고 발버둥 치며 한 생을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사람은 생각의 감옥에 갇혀있다”라는 아인슈타인 말은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원처럼 들립니다. 생각은 나의 몸과 마음으로부터 왔습니다.

생각을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생각이 더 솟아오릅니다. 보통 하루에도 수천에서 수만 개의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집니다. “나는 구름을 생각하지 않겠다” “나는 하늘을 생각하지 않겠다” “나는 바람을 생각하지 않겠다” 하면 구름과 하늘과 바람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이런 생각들을 다루는 방법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생각의 늪에 허우적거리는 것이고, 생각을 벗어나려고 생각을 하지 않겠다. 하면 더 생각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두 가지 모두 생각을 다스리는 방법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어나는 생각들, 끊임없이 올라오는 무의미한 생각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에 생각을 얹어서 머리를 무겁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생각하나 올라오면 생각하나 보내주고, 생각하나 또 올라오면 또 보내주고, 생각을 쌓아두지 말고 올라오는 대로 보내주어 생각으로 꽉 찬 머리를 가볍게 해줘야 합니다.

생각 자체는 사실 크게 우리를 다치게 하지 않습니다. 생각은 그리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생각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생각과 함께 친밀하게 보낼 수도 있습니다. 생각은 외부의 대상과 접촉하면 올라옵니다. 여섯 가지 감각 인식기관을 통해 생각이 들어오고 입력되면서 피드백됩니다. 인연에 따라 올라오는 생각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생각을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생각한다. “생각의 주체가 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생각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냥 떠오르는 것입니다. 저절로 떠올라서 저절로 사라집니다.

생각은 나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내가 숨을 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숨 쉬어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 또한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 되고 있는 것입니다. 바닷물결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구름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처럼, 생각은 머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라지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매 순간 생각과 감정의 고통 속에서 벗어나려거나, 고통을 내려놓기 위해 발버둥 칠 것이 아니라, 친구처럼 다정하게 바라보며, 이해해 준다면 생각은 우리를 평화로운 순간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선물이며 행복이기를, 지금 이대로의 삶이 사랑이기를 기원해봅니다.

박영대 진주시 주택경관과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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