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변화와 전염병 그리고 민주주의
[기고]기후변화와 전염병 그리고 민주주의
  • 경남일보
  • 승인 2020.02.2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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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덕(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위협에 빠뜨리고 있다. 전염병은 위생, 섭생, 풍토 등 여러 요인들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고 특정 요인에 의해서 또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되어 일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화, 도시화, 기후변화 등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세계화와 도시화는 감염 전파력 촉발요인이라고 한다면 기후변화는 발병요인 측면이 강하다. 세계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된 개방적인 시대일수록 전염병 진행은 발병시 시차를 두고 동시다발적으로 다방면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부채질 특징을 갖는 반면 네트워크 구조가 취약하고 폐쇄적인 시대는 특정 지역으로 한정된 단절적인 구조를 갖는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 보면 과거 문명사적 사건들 사이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이들 대유행병에 앞서 여러 해 동안 기상변화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발생원인 측면에서 보자면 신종 바이러스도 기상변화에 항생제 내성과 면역력 약화 등이 더해진 탓도 있다. 돌이켜 보면 사스는 2002년부터, 메르스는 2012년(한국 2015년), 신종 코로나는 2019년(한국 2020년)에 발병했다. 세계적으로는 발병주기가 9년에서 7년 주기로 짧아지고, 한국에서는 5년까지 좁혀졌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시대마다 나라마다 다르고 시대의 가치관, 정치제도, 사회계급구조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기후변화는 그 자체로 분쟁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그 여파는 매우 커 시대를 앞당기거나 후퇴시키기도 하고 역사를 바꾸는 전환기가 되기도 한다. 그 변화는 정치, 사회, 산업 등 여러 방면을 통해 구현된다. 중세시대는 기상 이변, 흉작과 전염병의 원인을 신의 분노나 마녀의 저주에서 찾았으며, 프랑스 루이 16세 시기에는 기상이변에 따른 대기근의 대책으로 특별과세를 평민에게 전가하려다 그것이 폭동으로 이어져 결국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다. 영국은 소빙하기에 도시성장과 석탄생산증대 과정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중국 명나라에서는 1618년-1648년까지 가뭄이 계속되면서 대규모 유민이 발생하여 결국 농민봉기로 멸망했고 청나라가 들어섰다. 조선의 경우도 17세기 대기근으로 빚어진 위기를 빈민구제기구인 진휼청을 설치하여 상설운영화면서 장기적으로 사회안전망이 구축되는 계기가 되고 이것이 다음 세기 영조와 정조 시대에 정치적, 사회적 안정의 토대가 되었다. 어느 갈래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후변화의 대응은 광기가 더해진 암흑기로 깊이 빠지는가 하면 새로운 사회혁신을 앞당기는 도화선이 된다. 한편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하여 언론을 통제했다가 도시까지 통째로 봉쇄한 중국 정부의 패착은 전체주의 국가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로써 지적될 것이지만, 문제는 향후 이것이 대국굴기의 행로에 어떠한 요소로 작용할 것인가 인데 지켜 볼 일이다.

지금 기후변화는 인간이 만들어 낸 스트레스와 폐해를 흡수하고 지구의 재생능력을 복원할 여력을 잃어가는 과정의 위기물이다. 이것은 지구 위기이자 인간 위기이다. 일부 전문가는 최소 5년 뒤 전 세계적인 변종 감염병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생태적 감수성과 의식이 깨어나고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관의 변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점이다. 20세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주장했듯이 “우리에게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희망보다는 더 필요한 것은 행동입니다.” 이제는 기후변화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의 시대를 뒤로 하고 행동의 시대로 앞서 나가야 할 때이다. 사회가 혼란할수록 사회 안정을 빌미로 초법적인 공권력을 행사하는 권위적이며 전체주의적 정부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즉, 기후변화는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은 민주주의 체제에는 흉년이 와도 기근을 겪지 않지만, 권위주의 체제라면 쉽게 기근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기아 발생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려 희생양을 찾아 그 책임을 전가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수준이 재난 대응의 수준을 결정한다.
 
권용덕(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권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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