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특별한 목조건축과의 신설을 기대한다
[경일포럼]특별한 목조건축과의 신설을 기대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3.0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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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시인)
나무의 효과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시 봄은 오고, 나무는 초록빛으로 싱싱함과 상쾌함을 줄 것이다.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많은 사람에게 나무의 청초함과 싱싱함은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그런 초록의 싱싱함이 꽃과 어울려 코로나19를 의연하게 이겨 나갈 힘을 줄 것이다.

스위스나 유럽 지방을 다녀보면 초원에 숲이 어우러져 있고, 그 속에 그림 같은 나무집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멋진 집을 보면 나도 저런 집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된다. 그런 장면은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꿈의 집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건축물들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뭔가가 잘 어울리지 않는, 우후죽순 콘크리트 아파트와 공장들이 농촌이며 도로 주변으로 펼쳐져 있어 아름답다는 느낌이 잘 안 든다. 좁은 땅덩어리에 더 많은 가구가 들어가려면 아파트가 획기적인 건축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아파트들이 들어선 도시는 특정 도시에만 몰려 있어 부동산 가격 등 지역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도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지방은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낙후된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한 아파트라도 자연환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무로 외장을 꾸미고 가꾼다면 우리의 건축물들도 아름답게 가꿀 수 있을 것이다. 흙, 돌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건축 재료이자 한때 현대적 재료에 밀려났던 목재가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연에 가장 적합하고 천연의 아름다움이 높게 평가받는가 하면, 기술 발전으로 고층으로 지었을 때 목재건축물이 지닌 단점도 극복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올림픽 준비를 열심히 하는 일본에서도 가장 중요한 도쿄의 주 경기장은 목재를 위주로 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에는 목재로 구성된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자연을 표방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목조는 건물의 주요 뼈대를 나무로 만든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최대의 목조건축물은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이다. 지상 4층 규모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심었던 낙엽송으로 골조를 만들었고, 이러한 목조건축을 가능케 한 것은 국립산림과학원이 불이 나도 두 시간 이상 견딜 수 있는, 길이가 짧은 나무를 길게 연결해 만든 구조용 집성판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작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본상을 받은 전라남도 광양시에 소재한 서울대학교 산림교육센터는 전체적으로 목조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목조건축이 앞으로는 세계적인 건축의 대세가 될 것이다. 철, 콘크리트와 함께 사용할 수도 있지만 주된 구조는 목조가 되는 건축물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가르치는 과정이나 학과는 국내에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 물론, 전통적인 건축(공)학과가 있고, 전통목재로 한옥을 짓는 과정도 있지만, 그보다 철, 콘크리트, 목재 등 그것도 목재를 주로 하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지닌 융합적인 전문교육은 미비한 수준이라고 여겨진다.

이제 순수한 목조건축인 한옥은 몇몇 전통이 살아있는 지역이나 관광 홈스테이 등을 위해 조성한 지역에 불과하다. 이런 목조건축물을 아파트와 같이 현대적인 건축물로 구축한다면 우리만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목조건축의 단점인 불에 약하다는 것도 극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고층 빌딩도 목조건축으로 가능하고, 이미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융합적인 목조건축과정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거다. 얼마 전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물이 지어졌다. 높이 53m의 이 건물은 18층짜리 기숙사로 학생 400명이 입주할 건물이다. 토대와 승강기 통로를 제외하고는 건물 대부분이 나무 벽과 기둥으로 지어졌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는 경상대학교와 우리 대학이 통합의 물살에 이끌려가고 있다. 이런 차제에 앞서 말한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신설학과를 설치하면 어떨까 싶다. 국내에 없는, 미래를 앞서가는 자연 친화적 분야가 아닐까 싶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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