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달
잔인한 달
  • 경남일보
  • 승인 2020.03.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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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영국 시인 T.S. 엘리엇의 장편시 ‘황무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서구는 죽음과 파괴 속에서 정신적·물질적으로 황폐해 있었다. 그럼에도 전후의 혼란·환멸·절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죽음의 대지에 꽃을 피우고, 생명을 소생시키고 있는 4월을 시인 엘리엇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이 때문에 세계인들에게는 4월이 ‘가장 잔인한 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3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3월 한달동안에 ‘코로나19’에 의한 국민적 불안감과 공포감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매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자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언제쯤 이같은 상황이 수그러들지 장담할 수가 없다.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감 속에서 너무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더 우려되는 것은 세계인들로부터 우리나라가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발 방문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검역을 강화하는 등 입국 제한 조치를 하는 국가가 94곳에 이른다고 한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3월 중에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영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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