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전어
[주강홍의 경일시단] 전어
  • 경남일보
  • 승인 2020.03.0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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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백숙자



뭍에 오른 바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석쇠에

푸푸 흰 거품 전하고픈 말이 많다



소주 한 잔 두 잔

목줄기에 걸려든 사랑 하나 가시로 돋아났다가

독한 술을 삼킨다

등에서 타는 천일염처럼



흔들리는 어금니로 흰 파도의 뼈를 잘근 씹는다

고소한 육질이 이별은 별거 아니라며

시린 잇몸을 다독여 주지만

진정 이빨 사이 깊이 낀 사랑은

나는 한참 뒤에야 지운다

눈가에 번진 노을도 지운다



석쇠 위 은빛 전어 파닥이던 지느러미

끝끝내 뱉지 못한 한마디 말로

까맣게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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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가시처럼 목에 걸리는 이별에 죽어서도 다 감지 못하는 저 푸른 눈, 장작불에 몸을 맡기면서도 마지막 남기고 싶은 말씀은 또 무엇일까, 그는 수평선을 휘어잡던 한생을 잇몸에 끼워두고 번지는 노을처럼 울음을 삼키고 누웠다. 나의 사랑만큼이나 석쇠위에서 지느러미로 파닥되는 한 마리의 전어. 까맣게 타면서도 끝내 뱉지 못한 그대에게로의 연정은 아직 다물지 못한 입처럼 뜨겁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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