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행복한 노후를 꿈꾼다면’(successful aging)
[기고]‘행복한 노후를 꿈꾼다면’(successful aging)
  • 경남일보
  • 승인 2020.03.04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일성 (국민연금공단 진주지사장)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아는 것이야 말로 가장 으뜸가는 지혜요, 삶이라는 위대한 예술에서 가장 어려운 장(章)이다.’ 스위스 철학자 앙리 아미엘(Henri Amiel)이 한 말이다. 노화, 즉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바쁘게 살지만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노화를 ‘쇠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노화는 자연의 흐름에 따른 변화이기도 하고 ‘죽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도 힘을 얻고 있다. 요즘 복지관이나 종교단체 노인대학을 가보면 노화가 결코 쇠퇴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배움을 놓지 않으려는 어르신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여러 곳을 다니면서 노후준비나 노후생활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보고 느낀 점이다. 일찍이 선각자들은 삶을 배우려면 일생이 걸린다고 하면서 행복하게 살려면 평생을 배우라했다. 배우는 사람은 스스로 행복하고, 보기에도 아름답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안타까움이 적지 않다. 배움을 찾고 노후를 즐기는 어르신들은 우리 사회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 탓도 있지만, 상당수 어르신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삶을 즐길 여유가 없다. 배우고 즐길만한 마음의 여유를 갖기에는 하루하루가 힘겹다. 최저생계비 미만의 노인가구가 35.1%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고, 소득 중위수의 절반 이하로 생활하는 가구가 45%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급격한 고령화로 우리사회 노인인구(65세 이상)는 535만 명, 5년 후에는 770만 명, 10년 후에는 1,180만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도록 서둘러 힘을 키워야하는 이유다.

이러한 노후생활의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해 인류가 발명한 것이 바로 ‘연금’이다. 연금을 통한 노후준비는 세계적인 추세다.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하여 근로소득자의 안정적인 노후를 지원하기 위한 ‘퇴직연금’과, 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하여 금융기관에 가입하는 ‘개인연금’으로 3층의 연금구조를 갖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3층의 연금구조를 갖추기는 했으나,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그 역사가 깊지 못하고 국민들의 참여도 부족한 현실이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보유한 연금자산은 918만원으로 이웃 일본의 1/6, 미국의 1/1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노후준비와 관련하여 국민연금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국민연금 의무적용 대상이 아닌 전업주부들을 중심으로 국민연금 임의가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종전에 수령했던 일시금을 반환하여 가입이력을 되살린다든지, 납부예외기간에 대한 보험료를 납부하고자 신청하는 가입자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내연금 갖기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노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언론 보도 등에 힘입은 바 크다. 여하튼 국민연금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는 국민연금의 높아진 위상과도 관련이 깊다. 적립기금이 700조원을 돌파하여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하고 있고, 국민연금 수급자 또한 500만 명 시대이다. 한 사람이 받는 최고 연금액이 월 211만원, 부부가 함께 받는 연금액은 최고 월 354만원에 달해 국민연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노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평생을 보장하는 연금자산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노후가 다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작품이라는 말이 있다(Eleanor Roosevelt). 한 분야에 국한한 단과예술이 아니라, 종합예술인 셈이다. 우선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배우자나 자식, 친구들과의 원만한 대인관계도 뒤따라야 한다. 말년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경제적 빈곤보다 사랑의 빈곤이다. 또, 할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하고, 균형 잡힌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완고함 보다는 넉넉함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지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다음 세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성공적인 노화(successful aging)를 위한 출발점은 어디인가? 노화를 ‘쇠퇴의 과정’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사회적 지평을 확장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촘촘한 은퇴설계가 필요하다. 행복한 노후를 꿈꾼다면 노화, 노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먼저다.

강일성 국민연금공단 진주지사장



 
강일성 국민연금공단 진주지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