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경남에 진 빚을 이제 갚이주세요
대통령님, 경남에 진 빚을 이제 갚이주세요
  • 경남일보
  • 승인 2020.03.0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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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대통령을 포함한 위정자가 나라를 경영해야 하는 기본원칙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설파했다.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지의(民信之矣)-논어 안연(顔淵)7’ 될 수 있게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국민을 배불리 먹이고(足食), 군비와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며(足兵),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民信之矣) 위정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실천되어야 하는 불문율이다.

두달 후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취임 당시 경남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역대 대통령 중에서 제일 높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보다 더 강력한 국토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보다 더 지지했다. 경남에서 진보진영 대선 후보가 보수진영 후보와 거의 비슷하게 득표를 한 경우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일하다. 1년 후 지방선거에서도 경남은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경남도지사와 기초자치단체장, 도·시·군의원에 민주당 후보들을 대거 당선시켜 줬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자가 설파한 대로 나라를 경영하고, 지역균형발전·분권·분산 정책에 대한 강한 추진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경남은 ‘족식’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다. 당시 경남경제는 고사 직전이었다. 무엇보다도 경남은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절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의 여망을 반영, 경남을 동남권 경제혁신 중심으로 도약시키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혁신도시 시즌2 추진, 사천·진주 항공산업 육성, 김천∼거제 간 남부내륙철도 착공, 서부경남 항노화 클러스터 조성 등을 약속했다. 경남 주력산업인 조선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변모시켜 살리겠다고도 했다. 경남 내륙 산악권에는 생태휴양벨트 조성을 공약했다. 김해·양산에는 의생명특화단지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선 후보 시절에, 취임 후에 내놓았던 경남경제 발전 약속을 믿었기에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뤄진 것이 별로 없다. 약속했던 대다수가 지지부진하거나 흐지부지다. 시행이 결정된 정책 역시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취임과 동시에 추진될 것으로 믿었던 공공기관 2차 이전도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이제 총선 후에 검토하겠다고 한다. 실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남부내륙철도가 현 정부에서 착공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최근에는 사천에 유치된 MRO(항공정비)사업을 빼앗아 수도권에 보내려고 하고 있다. 경남의 항공산업을 퇴락시키려고 작정한 것 같다. 지방균형발전에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그래도 경남이 ‘족식’할 수 있도록 알짜배기를 경남에 주었다. 이명박 정부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된 한국토지주택공사를 경남 진주로 보냈다. 박근혜 정부 또한 진주·사천에 항공국가산단을, 거제에 해양플랜드국가산단을, 밀양에 나노융합국가산단을 지정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경남발전을 위해 실행한 정책은 거의 없다. 기대치만 잔뜩 높여 놓고, 제대로 추진을 하지도 않으면서 변죽만 울린 것이다. 경남 발전을 위해 이뤄낸 성과가 없다보니 경남에서 지지도가 추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출범 3년이 지난 지금 경남에서는 ‘족식’이 안되고 있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에 대해 ‘민신지의’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또 경남경제 발전을 위해 ‘~하겠다’, ‘~할 것이다’며 ‘빚’을 양산하고 있다. 이전에 했던 ‘빚’은 갚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대통령님, 이제 경남에 진 ‘빚’부터 갚아주세요. 경남이 문재인 정부를 ‘민신지의’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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