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천전시장 돼지국밥집 조문정 시인의 봄날
진주 천전시장 돼지국밥집 조문정 시인의 봄날
  • 박성민
  • 승인 2020.03.04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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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두 개 짜리 국밥집, 평범한 주인 아지매
지치고 피곤한 일상, 시는 영혼의 위로가 됐다
시집 ‘시인의 국밥집’ 엮어내고 어엿한 시인
고단한 ‘코로나 고개’ 손님과 동행해 넘는다
행복한 밥상

밥 먹고 합시다
장사가 잘 안돼서 짜증이 나지만
어려운 사람들 사정은
어려운 사람들이 잘 안다
아침 청소 끝날 무렵
반찬가게 이모 보리밥 해 놓고
밥 먹자고 부르는 소리
국수집 이모
분식집 이모
각자 한 가지씩 반찬을 들고
모이면
푸짐한 식사시간
좋아도 웃고
힘들어도 웃고
이왕이면 웃고 살자
시장골목 사람들 허허 실실
웃음소리에
또 하루가 시작된다
-조문정씨의 시집 ‘시인의 국밥집’에서

 

처음에는 ‘시’라고 보다는 ‘일기’에 가까웠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고 외롭고 슬픔 마음을 달래기 위한 발버둥. 그렇게 살기 위해 적어내려갔던 시는 조문정 씨(55)의 인생을 점차 변화시켰다.

조 씨는 테이블 두개로 진주 천전시장에서 국밥집을 시작한 평범한 자영업자다.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생계를 위해 일하는 건설인부, 단골손님 등을 맞이하면서 ‘조문정돼지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부들께서 밥을 먹으러 갈데가 없으시니 자연스레 우리집을 찾아오신다”며 “단 한 그릇이라고 팔아주시면 감사하다. 점점 천전시장이 세월에 묻혀지고 발길이 뜸해지고 있는데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국밥집을 운영하면서 힘들고 지친 마음은 ‘시’가 큰 위로를 줬다.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시는 주변의 권유와 도움으로 한 걸음씩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다. 시사모 밴드 가입을 시작으로 시집을 읽으면서 더욱 풍성해졌고 사람들의 댓글 응원을 받으면서 시는 좋아졌다. 최근에는 서정시선 시집 ‘시인의 국밥집’을 출간해 시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기도 했다. 그는 “시를 쓰면서 그동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고 걱정하는 마음도 사라지면서 시가 재미있고 좋아졌다”며 “시집을 출판하기까지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주신 이어산 선생님과 김승, 곽인숙, 구수영, 유레아 시인과 시사모 문우님들 모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조 씨는 시집 뿐 아니라 국밥집이 지금까지 이어지는데 주변의 좋은 분들이 없었다면 상상할 수 없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았다. 그는 “시장 이모들이 처음 장사가 잘 안되자 지금의 시장 점포 자리로 이사를 오라고 조건 없이 도와주셔서 지금의 자리로 작년 10월에 이사를 왔다”며 “결국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옆에서 도와주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장사를 하며 시도 쓸 수 있었다”며 “힘들수록 당당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손님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놓고 있으니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박성민기자

 
진주 천전시장에서 조문정돼지국밥을 운영하고 있는 조문정 시인이 시와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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