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 [238] 고성 천왕산
명산 플러스 [238] 고성 천왕산
  • 최창민
  • 승인 2020.03.05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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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명산과 한려수도 한 눈에 조망
천왕산 정상의 조망은 바다쪽에 자란만 일대와 사량도가 보이고 내륙으로는 거류산 구절산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산이 봉화산이지만 입산이 통제돼 있다.

 

몇 년 전 고성에서 가장 높은 산인 천왕산을 다녀온 기억이 있는데 본보 명산플러스에 게재하지 않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어찌된 일일까. 코로나19가 정점을 향하던 지난주 이 산에 오르기 위해 양화마을을 지나, 산의 들머리에 섰을 때 의문이 풀렸다. 입간판에 ‘산불조심 금지기간 임으로 입산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수 년 전 이곳에 왔다가 이 간판을 보고 조금 올라갔다가 되돌아갔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취재팀은 하는 수 없이 통제가 해제되는 시기에 다시 찾기로 하고 입산통제구간이 아닌 양화마을→화리재를 통해서 천왕산에 올랐다. 아쉽지만 입산금지구간을 제외한 천왕산 산행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 산은 봄이 오는 5월 15일부터 겨울이 시작되는 10월말까지 한시적으로 등산이 가능한 곳이다. 다시 한번 산행 전 준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였다.

 

▲등산로:고성군 대가면 갈천리 양화마을→임도→자전거도로→편백나무 숲→화리치 갈림길→서어나무숲→정상→봉앞(반환)→무량사→양화마을회귀

▲출발은 양화마을이다. 30∼40여가구정도가 촌락을 이루는 전형적인 산촌마을이다. 병풍처럼 둘러 싸인 천왕산이 울이 되어주고, 산의 하부 가장자리에 가옥들이 자리잡고 있다. 앞에는 산에서 흘러내려온 완만한 구릉의 형태를 따라 전답이 위치한다.

마을의 수호신 역할 해주던 서낭당과 돌탑에 눈길이 간다. 수백년은 됨직한 아름드리 당산목(堂山木)은 뿌리에서부터 가지가 여러 개 난 특이한 고목이다. 마실 나온 어르신은 매년 정월대보름에 이곳에서 당산제를 지냈다고 했다.

고불고불한 임도를 따라 화리재까지 올라간다. 1시간가량 걸리는 지루한 길이다. 고도를 높일수록 마을 입구 양화저수지의 수면이 넓어진다.

소나무와 바위가 있는 등산로
겨울임에도 초록잎이 성성한 편백나무 숲
갈천임도 자전거도로가 개설돼 있다. 화리재 마지막 부근에서 편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편백은 한국과 일본이 원산지이다. 남부지방의 경남북 전남북에 자생하는 온난대기후식물로 한때 조림용으로 식재했다. 장성 축령산, 고성 갈모봉 등이 당시에 심은 편백림이다. 스트레스 완화와 항균작용 등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를 내뿜는 나무로 알려지면서 활용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라를 넘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혼돈의 세상으로 몰리고 있는 느낌이다. 감염자는 넘쳐나는데 수용할 병상은 모자라고, 있는 병원도 일부 폐쇄돼 입원도 못해보고 사람들이 쓰러진다. 백신이 없는 신종, 변종 감염병이라는 사실이 공포심을 끌어올린다. 이런 때에 걸어보는 자연 속의 편백 숲은 오아시스라 아니할 수 없다.

직경 2m, 높이 35m까지 자라는 한국의 메타세콰이어 느낌이다. 하늘을 찌를듯이 곧게 뻗은 편백나무와 사선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그 아래 구부렁한 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

길가에 늘어진 편백 잎을 조금 따서 코끝에 대어보니 편백 특유의 상큼한 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편백 숲을 떠나 산등성이까지 길고 긴 임도가 이어진다. 푹신한 길은 잊었다. 능선 끝에서 산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간다. 비교적 등산로는 선명하다. 이번엔 웃자란 서어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가 차례대로 등장한다.

천왕산에 닿는다. 천왕산의 매력은 고성의 명산들과 한려수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거류산과 구절산 벽방산이 가깝게 보인다. 한국의 마테호른 거류산(571m)과 들국화가 많이 자생하는 구절산(559m)이 더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실상 산 높이는 천왕산이다.


공교롭게도 지리산 천왕봉(天王峰)과 같은 한자를 쓴다. 천왕봉 정상석처럼 뒷면에 ‘고성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고 새겨져 있다. 이 산이 낙남정맥의 줄기에 있는 산으로 큰줄기를 따라가면 지리산에 닿긴 한다.

사실 천왕산이라는 이름은 2014년에 되찾았다. 일제 때 무량산으로 바꿔 표기하고 부르면서 원래 이름을 잃어버린 케이스다. 2014년에야 지역주민과 향토사학자들이 뜻을 모아 천왕산 이름을 되찾았다. 정상석은 이름을 되찾은 기념으로 지역주민이 기증했다. 높이 150㎝ 크기의 바위를 헬기에 실어 올렸다고 한다. 이 외 대곡산을 무량산으로, 천황산은 서재골로 바뀌었다

천왕산의 보석 같은 등산로와 산줄기는 봉화산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입산이 통제돼 있어 5월 중순이 돼야 개방된다.

봉화산에는 허물어진 봉수대가 있다.

정식 명칭은 고성 천왕점봉수대(경남기념물 제221호). 조선시대의 봉수대로 사천 우산봉수대(泗川牛山烽燧臺·경남기념물 제176호)의 신호를 받아 곡산봉수(曲山烽燧)에 연결했다.

반타원형 석축을 경사지게 3~4단 쌓아 만들었으며, 동해면 곡산봉수를 향한 동쪽 부분은 연대(煙臺)나 화덕자리였음을 추정케 한다.

봉화에서 떨어져 나온 검은 돌멩이들은 제주도의 흔한 무덤 경계석을 닮았다. 가운데는 잔디와 갈대가 자라고 있고 그 앞뒤로는 분재처럼 키 작은 대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산 정상에 대숲은 아늑함을 준다. 허물어졌어도 둥글게 남은 바윗돌은 공원의 벤치처럼 정감이 넘친다.

 
왼쪽 대가저수지와 오른쪽 양화저수지
가까운 곳 양화마을 앞 저수지 너머 대가저수지는 바다처럼 넓다. 이 물을 넓은 들에 흘려보내 농사를 짓는다. 1932년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태평양전쟁에 대비해 식량 증산을 목적으로 축조했다고 한다.

고성읍이 보이고 더 멀리 고성 앞바다 자란만과 자란도, 남포, 임포, 점점이 뜬 바다의 섬들, 크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섬이 지리산이 있는 사량도이다.

아쉽지만 천왕산에서 발길을 돌렸다.

산 아래 무량사는 미륵불을 모신다. 경남 유형문화재 제121호인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불상은 오랜 세월 갖은 바람서리에 머리와 얼굴 부분이 본래 모습을 좀 잃었다. 통일신라시대 때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무량사 말고도 양화마을에는 마을 사람들만 아는 비밀의 절터가 하나 숨어 있다.

법천사라는 절이었는데 규모가 꽤 컸었던 모양이다. 법천사에서 한끼 공양할 밥을 짓는데 그 쌀의 양이 많아 하얀 쌀뜨물이 시냇물을 덮었다 한다.

법천사의 소재에 대한 기록은 고성에서 부사를 역임한 개항기 문신학자 오횡묵이 1895년 자신이 이곳에 근무할 당시 법천사가 있었다고 총쇄록에 기록한 것이 남아 있다고 한다. 지금은 문화재 자료 207호 고성 양화리법천사지 부도군과 부도비 8기가 법천사 흔적으로 남아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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