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평범한 운동장에 첫발 내딛는 2020년을 바란다
[여성칼럼]평범한 운동장에 첫발 내딛는 2020년을 바란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3.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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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다가오는 3월 8일은 올해로 112회째를 맞이하는 세계여성의 날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기념행사들은 축소되거나 폐지 되었지만 이날이 일요일이라 대체휴일을 지정하는 나라도 있을 정도로 이날 만큼은 세계인들이 세계여성의 날을 축하하고 있다.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빵과 장미를 달라”를 외치며 노동권과 참정권을 요구하고 거리로 나섰던 미국 뉴욕 섬유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1975년에 유엔이 공식제정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이 날을 기념하게 되었다. 지금의 세계여성의 날의 의미는 남자와 여자를 넘어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고 서로 평등하게 상생하자는 의미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아직도 발목을 잡는 많은 것들이 있다.

얼마 전 소위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경우 미성년자를 포함해서 많은 여성들에게 고액알바라며 속여 각종 성적인 행위, 가학 행위를 시킨 후 이 영상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한 사건이었다. 이 N번방 텔레그램방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돈을 냈고 수사기록상 26만명이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법동영상 유포의 시작 소라넷사건 , 직원폭행 동영상을 시작으로 알려진 ‘양진호 웹하드 사건’, 성착취물 공유로 연예계를 발칵 뒤집은 ‘정준영 단톡방’사건을 이어 줄줄이 여성을 대상으로한 성범죄, 인권유린 사건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를 경험했을 때 실제로 대처하는 비율은 고작 7%이며, 그 중 경찰 신고는 13.9%에 그친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는 이 계보를 끊어야 한다. 성범죄는 어떤 형태로든 합리화 될 수 없으며 단톡방이든 어디서는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끊임없이 영상을 재생·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를 2차, 3차로 나락에 빠트린다. 디지털 성범죄의 엄격한 양형기준을 세우고 전담부서도 만들어서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 더불어 디지털 성범죄를 어릴 때부터 인지, 교육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피해자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관심이 필요하다. 여성상위시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뒤돌아서 울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바라 보았으면 좋겠다. 누군가 억압받고 착취받는 이면에 돈을 세며 웃는 이가 있다면 분명히 잘못이 아닐까?

세계경제포럼이 공개한 성평등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순위는 전체 153개국 중 108위. 경제 분야의 성별격차가 해소되려면 무려 257년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2019년 12월 16자 발표)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성불평등지수(GII, Gender Inequality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GII는 0.058점으로 세계 10위권이라고 밝힌 통계에서조차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52%로 그치고 있다.(Human Development Report 2019) 여전히 유리천장의 벽은 높고 동일노동에서는 여성의 임금은 낮다. 112에 신고된 가정폭력건수는 24만8660건(2019년 한국여성의 전화)이며, 여성정치인의 비율은 190개국중 한국은 121위(Global Note 참조)로 여성정치인의 갈길도 멀다.

아직도 인권, 경제, 정치 등등 많은 부분에서 여성이 불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다. 어느 누구도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흔들림 없는 평범한 운동장에서 뛰놀 때 우리 서로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2020년 세계여성의 날은 그 평범한 운동장에 힘찬 첫발을 내딛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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