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퇴장에 또 무너진 미국 첫 여성대통령 꿈
워런 퇴장에 또 무너진 미국 첫 여성대통령 꿈
  • 연합뉴스
  • 승인 2020.03.0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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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시작 후 예상 밖 몰락에 ‘여성차별론’ 제기…4년 전 힐러리 패배 영향도
올해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사실상 마지막 남은 여성 주자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중도 하차하면서 이번에도 ‘미국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의 꿈이 사라지고 있다.

여성인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아직 발을 빼지 않았으나, 지지율이 미미해 11월 ‘본선’ 무대에 오를 가능성조차 희박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워런 의원의 5일(현지시간) 경선 포기 선언은 민주당 대권 구도를 70대 후반의 두 백인 남성(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양자 대결로 재편한 셈이 됐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분석했다. 이들이 물리쳐야 할 적수 또한 70대 백인 남성인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다.

이런 이유로 워런 의원의 퇴장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을 바랐던 모든 이들에게 실망스러운 소식이라는 것이다.

사실 워런 의원은 경선 일정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바이든 전 부통령, 샌더스 의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오히려 더 앞설 정도의 유력 주자였다는 점에서 그의 몰락은 지지층은 물론 여성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뉴욕과 시애틀 등 대도시 유세에서 구름 인파를 몰고 다니고, 거의 모든 TV토론에서 극찬을 받은 것은 물론, 그의 선거조직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과시했다는 게 워싱턴포스트(WP)의 평가다.

심지어 유력 경쟁자 중 하나로 여겨졌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슈퍼 화요일’을 통해 경선 무대에 본격 데뷔도 하기 전 TV토론에서 그를 ‘박살낸’ 것도 워런 의원이었다.

그런 워런이 막상 경선 투표 시작 후 예상보다 큰 격차로 잇따라 패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워런은 여성’이라는 점은 아닌지 지지자들이 곱씹는 중이라고 WP는 전했다.

워런 의원 본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성(性)은 모든 여성에게 ‘함정 질문’과 같았다”면서 “만약 여러분이 이번 선거 과정에 성차별주의가 있다고 말한다면 모두가 ‘투덜이’라고 할 것이고, 없다고 말한다면 수많은 여성은 ‘대체 어느 별에서 왔느냐’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민주) 의장도 워런 의원의 사퇴에 “이것은 유리 천장이 아니라 대리석 천장”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고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오길 너무나 희망했고 거기에 가까이 왔다”고 언급했다.

단순히 워런이 여성이라는 점에 더해 2016년 대선에서 첫 여성 도전자였던 같은 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예상 밖의 패배를 당한 것도 부정적 여파를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클린턴 전 장관의 4년 전 패배가 ‘여성은 본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심은 것이 워런 의원에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트럼프의 재선 저지가 최우선 과제인 민주당 경선에서는 당선 가능성, 즉 본선 경쟁력이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아메리칸대학 여성정치연구소의 벳시 피셔 마틴 소장은 “클린턴의 2016년 패배 효과가 ‘당선 가능성’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전은 근래 들어 어느 때보다 ‘누가 가을에 이길 최적의 후보인지’를 알아내는 데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상당수 유권자는 워런 의원의 선거운동원들에게 ‘클린턴의 충격적 패배 때문에 겁이 난다’며 여성이라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고 WP가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밸러리 재럿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누군가는 우리(여성)가 당선될 때까지 결코 여성은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론조사 선두를 경쟁하던 워런 의원의 이름이 경선 본격 시작을 앞두고 누락되거나, 다른 후보들에 비해 과도한 검증을 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올해 1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주요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1대1 가상대결 설문을 하면서 워런 의원을 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진보 성향 여성단체인 ‘울트라바이올렛’의 창립자 쇼나 토머스는 “미디어는 유권자가 후보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며 “워런은 당선가능하지 않다는 주류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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