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세계적 향수산업의 도시 그라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세계적 향수산업의 도시 그라쓰
  • 경남일보
  • 승인 2020.03.0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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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fum de Grasse
Grasse-Capital mondial du parfum

향수의 기원은 종교적 의식, 곧 신과 인간과의 교감을 위한 매개체로 사용한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역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고대 이집트 문명 시기인 약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의 사람들이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몸을 청결히 하고, 향기가 풍기는 나뭇가지를 태우고, 향나무 잎으로 즙을 내어 몸에 발랐던 종교적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방향의 발상지는 파미르 고원의 힌두교국인 인도라는 것이 정설이다. 인더스 문명 시기에는 향료 제조소가 있었고, 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인 ‘이타(Ittar)’를 증류했다는 사실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고대 의학인 힌두 아유르베다(Ayurbeda) 의학서인 차라카 삼히타와 수스루타 삼히타에 기록되어 있다. 한편 2004년과 2005년에 고고학자들은 키프로스 피르고스 지방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향수를 발견했다. 이 향수는 4000년 전 것으로, 그들은 4000평방미터의 작업장을 발굴했는데, 적어도 60개의 증류기, 섞는 그릇, 굴뚝, 향수 통들이 발견되었다.

그 후 향수는 이집트 문명권을 거쳐 그리스와 로마 등지로 퍼져 귀족계급의 기호품이 되었다. 당시의 상인들은 부피가 작고 값이 비싼 향료를 화폐 대용으로 사용하였다고도 한다. 근대적 의미의 향수가 나온 시기는 1370년경으로서, 지금의 ‘오 드 뚜왈레뜨(eau de toilette)’풍의 향수인 ‘헝가리 워터’가 발명되었다. 이것은 헝가리의 왕비인 엘리자베스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증류향수이며, 최초의 알코올 향수이다. 이 향수로 인하여 그녀는 70세를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폴란드의 왕으로부터 구혼을 받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 후 1508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에 있는 성 마리베라의 도미니크회 수도사가 향료조제용 아틀리에를 개설하여 ‘유리향수’를 제조하면서부터 그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1533년에는 피렌체의 명문가문인 메디치가의 딸 카트린 드 메디시스와 프랑스의 앙리 2세가 결혼하면서 그녀의 조향사인 비앙코가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에서 향료·향수가게를 열었는데 이것이 최초의 향수전문점이다. 향수가 산업으로서 발전하기 시작한 시기는 17세기 프랑스의 루이 14세 시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피혁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무두질 기술이 보급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가죽에서 나는 특유의 악취를 없애기 위한 향료와 향수가 필수품이었다. 프랑스 궁정에서도 많은 향수가 애용되었는데, 주로 오렌지 꽃과 히아신스가 애용되었다고 한다. 특히 루이 14세는 향수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한편 ‘쾰른의 물’이라는 의미의 오 드 콜롱(eau de colon)은 18세기 초 독일의 쾰른에서 제조된 향수인데, 나폴레옹 원정 때 빠리에 전해지면서 크게 유행하게 되었다. 프랑스에서의 향수는 쟈끄 게를랭(Jacques Guerlain)에 의해 대중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졌고, 그를 이어 샤넬, 랑뱅, 디오르, 까르댕, 이브 생 로랑 등 유명 디자이너들에 의해 패션 산업에 도입되어 근대 향수산업의 발달을 크게 진전시키는 계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12세기에 물이 풍부한 남프랑스의 그라쓰에서는 피혁업이 발달하였는데, 무두질한 동물의 가죽 악취가 너무 심하자, 갈리마르(Galimard)가 가죽 장갑에 향을 묻히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러면서 장갑 제조업자와 향수 제조업자들의 협동조합까지 생기게 된다.

그라쓰는 인구 5만 명의 프랑스 남부의 자그만 도시이지만, 인구의 60% 이상이 향수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지중해성의 온화한 기후와 해발 325m 분지의 특징을 살려 자스민, 라벤더, 튜베로즈(tuberose-월하향) 등의 향수 원료의 꽃들을 재배하고 그 에센스를 추출해나가는 산업을 확장시켰다. 그라스만의 자연환경과 향료 추출 기술은 양질의 원료를 생산할 수 있어 샤넬 No.5와 크리스띠앙 디오르의 ‘자도르(Jador)’의 주원료가 되는 센티폴리아 로즈는 오직 그라쓰에서만 재배하고 있다. 그라쓰 지역의 조향기술은 2018년 유네스코 무형 문화재로 등재되었다. 이곳에는 1년에 약 120만 명이라는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향수는 연 평균 매출액이 8000억 원 정도에 달한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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