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세계여행[24]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도용복의 세계여행[24]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 경남일보
  • 승인 2020.03.0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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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 바투동굴입구


2019년 12월 16일. 오세아니아 18개국을 탐험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이때는 코로나19가 이슈가 되기 전이라 공항에서 마스크를 쓰는 이도 없었고, 지금처럼 한국인을 입국 금지하는 곳도 없었다. 현재 약 100개국이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번에 다녀온 곳이 대부분 속해 있다. 그 곳의 의료체계와 사회적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불안이 이해된다. 베이스캠프격인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으로 가기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들렸다. 비행기 환승시간이 충분하여 시내구경에 나섰다. 환승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여행가에게는 어쩌면 최고의 선물 같은 시간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은 크게 3가지이다. 철도, 버스, 택시.

퇴근시간이 아니라 교통체증이 심할 것 같지 않아 요금이 가장 저렴한 버스를 타고 KL센트럴로 출발했다. 현지인과 어깨 부딪히며 짧은 영어와 풍부한 바디 랭귀지로 소통하는 이동시간이 내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여정이 정해지고 때로는 가이드를 만나기도 하며 스며드는 인연이 된다. 팜 트리가 끝없이 펼쳐지고 열대성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몇 번의 요금소를 지나쳐서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타워가 보이기 시작한다.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시아어로 흙탕물이 만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클랑 강과 곰박 강이 합쳐지는 곳에 있고 이런 지리적 이점으로 중심지가 됐다. 말레이시아는 한반도 면적의 약 1.5배로 인구는 약 3200만명이다. 코타키나발루는 우리에게 유명한 휴양지이고 최근에는 아이들의 교육 등의 이유로 이민을 계획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인종분포를 보인다. 말레이인과 중국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며 소수의 원주민들과 남아시아계가 있다. 공용어는 말레이어이고 중국어와 영어를 혼용하여 사용한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등의 지배를 받아 지금도 유럽풍의 건축양식이 남아있는 곳이다.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번화한 곳은 쇼핑 천국인 부킷빈탕이다. 백화점, 쇼핑몰, 로드 숍 등 다양하다. 이 곳 사람들은 덥고 습한 기후 탓에 낮에는 시원한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 실내몰이 발달해 있다. 많은 브랜드와 식당들 다양한 볼거리로 쇼핑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하루 종일 있을 수도 있겠다. 여행자에게 특별한 할인 혜택이 있는 곳도 있으니 확인해 보자. 스카이워크를 통해 걸어가면 이곳의 랜드 마크인 페트로나스 타워까지 더위를 피할 수 있다. 페트로나스 타워는 일본과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각각 한 동씩 건설했는데 시작은 늦었지만 우리나라 업체가 더 빨리 완공한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된다. 해가 지면 분수 쇼를 보기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 곳 역시 수리아몰이 있어 인산인해를 이룬다.

 
스카이워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타워
시내에서 이동은 그랩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휴대폰 어플을 통해 목적지를 정하면 요금이 정해지고 기사의 정보와 현재 위치 그리고 대략적인 도착시간까지 알 수 있어 불필요한 시간낭비와 바가지요금에 대한 공포를 말끔히 씻어 낼 수 있어 편리하다. 물론 내가 가장 즐기는 이동 방법은 히치하이킹과 걷기이지만 이런 대도시에서 무더운 낮 시간에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어설픈 영어로 목적지를 말하면 때로는 엉뚱한 곳에 나를 내려줄 때가 있어 그랩은 동남아시아에서 이동수단으로 안심이다. 28년 전 50세가 되어 처음 떠난 아프리카 여행은 그야말로 오지탐험이었다. 서점에서 겨우 구할 수 있는 여행기로 예습하고 떠나지만 현지 사정은 예측 불가능하였고 미리 예약이나 정보를 습득할 방법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오지탐험이 맞지만 오늘날은 넘쳐나는 여행정보와 유용한 어플들, 네비게이션으로 현지에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훨씬 수월해졌고 다양하고 숨어있는 볼거리와 먹거리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길을 잃을 걱정은 꽁꽁 붙들어 매도 좋다. SNS를 통한 여행정보의 공유로 모든 여행자들은 비슷한 곳에 머물고, 식당에 가며, 쇼핑을 한다. 여행에 있어서 몰개성의 시대가 온 것이다. 문명의 이기인 휴대폰이 여행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역할이 늘어날수록 현지인과의 교류도 줄어드는 것 같아 적당히 거리를 두려한다. 거리에서 휴대폰을 보며 두리번 거리는 여행객은 이젠 너무나 흔한 풍경이 되었다. 이런 현대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길을 묻고 버스정류장을 찾기 위해서라도 현지인과 소통은 필수였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가 없다.

쿠알라룸푸르 최초의 근대화 시장인 센트럴 마켓으로 향한다. 차이나타운 근처에 위치하고 화교들이 세운 시장이라서인지 중국풍 일색이다. 골동품 샵이 즐비하지만 가짜가 많다고 하니 주의해야겠다. 다양한 토산품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먼 길을 떠나는 내게 기념품은 사치다. 눈요기로 만족해야만 했다.

 
부킷빈탕쇼핑몰 클스마스
쿠알라룸푸르 바투동굴내부
힌두교의 성지로 잘 알려진 바투동굴은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무르간 신의 입상과 272계단은 장관이다. 힌두교에서는 무르간을 전쟁과 승리의 신으로 모신다. 인간이 평생 짓는 272개의 죄를 계단을 오르면서 속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입구부터 동굴내부까지 많은 원숭이들이 서식하고 있어 소지품에 주의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낚아채간다. 출입에 복장 제한이 있어 짧은 옷차림이라면 스카프로 가려야 들어갈 수 있다. 바투동굴은 크게 3개의 동굴로 나뉜다. 계단을 올라 광장을 지나면 천정에 큰 구멍이 난 곳으로 빛이 들어오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신비롭다.

해가 지면 반딧불투어는 꼭 해 보길 권한다. 세계 3대 반딧불 서식지를 뱃사공이 노를 저어 반딧불이 앉아 있는 나무 가까이 다가가서 영롱한 불빛을 경험하게 한다. 칠흙 같은 어둠과 강물의 흐름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숙련된 사공의 인도로 요정의 나라에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진다. 손에 하나 둘 올려놓고 보면 맑게 빛나는 작은 불빛들에 취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잘란알로 야시장
밤의 도시는 낮보다 더 아름답다. 잘란알로 야시장은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이자 여행자의 허기를 채워주는 곳이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식당들은 야외 테이블도 마련하여 배고픈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다니다 보면 각종 열대과일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각종 꼬치구이가 익는 냄새에 이끌려 자리를 잡고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면 쳐진 몸이 놀랍게 다시 힘이 솟는다. 시끌벅적한 말소리를 이리저리 귀기울이다보니 전 세계가 여기 모여 있는 듯 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쿠알라룸푸르가 왜 ‘동남아시아의 뉴욕’이라는 별명이 붙은지 알게 됐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동남아시아라고 하면 당연히 유명휴양지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도시감성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멋진 곳이 쿠알라룸푸르이다.



 
부킷빈탕쇼핑몰 크리스마스모습
부킷빈탕쇼핑몰 크리스마스 시즌
센트랄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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