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식물 바이러스병의 발견
[농업이야기] 식물 바이러스병의 발견
  • 경남일보
  • 승인 2020.03.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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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병이 언제부터 발생하였는지 그 기원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바이러스병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을 비롯한 동물과 식물에서 발생하고 있었다는 것은 여러 기록에서 발견된다. 천연두나 광견병과 같은 바이러스는 고대로부터 인류를 괴롭혀 왔고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는 개에 물리면 광견병에 걸린다고 하였다. 오늘날 바이러스가 무서운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존재가 실제로 밝혀진 것은 19세기 말로서 불과 100여 년 전의 일이다.

식물 바이러스병 중에서 일찍부터 기록된 것은 튤립 모자이크병이다. 튤립이 바이러스병에 걸리면 꽃잎에 얼룩무늬가 생긴다는 것을 1576년 프랑스의 식물학자 크루시우스가 처음으로 기재하였다. 그의 정원에 심어 놓은 튤립은 매년 봄에 단색의 꽃이 피었는데, 어느 해 갑자기 얼룩무늬가 들어간 색깔의 꽃이 피었고 그 후로 매년 꽃에 얼룩무늬가 나타났다고 하였다.

튤립은 원래 터키가 원산지이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이 무척이나 좋아했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 많이 재배하였다. 특히, 17세기 당시 가장 인기를 모았던 것은 꽃잎에 아름다운 얼룩무늬가 들어 있는 모자이크병에 걸린 튤립이었다. 변종 튤립은 경제적 혼란을 가져올 정도로 이상한 붐까지 일으켰고 마침내 튤립 광 시대를 출현케 했다.

그 당시 얼룩무늬 꽃이 피는 모자이크병에 걸린 튤립 구근 한 개가 여러 마리의 소, 돼지, 면양과 수 톤의 곡식 및 1000 파운드의 치즈, 풍차 방앗간 한 채와 거래되었고, 또 이러한 구근을 가진 행운의 아가씨에게는 이것이 곧 신부의 혼인 지참금이 되기도 하였다. 그 당시의 이런 튤립에 대한 열기가 어떠했던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광적적인 튤립 거래는 그 후 얼마 안 가서 시들어 버렸는데, 이것은 몇몇 튤립 재배자들이 구근 조직을 이식하면 꽃에 얼룩무늬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이러한 구근을 많이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튤립 꽃에 얼룩무늬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는 크루시우스 이후 약 300년이 지나도록 신비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1926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튤립 꽃의 얼룩무늬는 바이러스병 때문에 생겨났으며, 병의 전염은 병에 걸린 식물의 즙액과 이를 이동시키는 진딧물이 매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까지 세계 각지에서 발견된 식물 바이러스는 약 800여 종에 이러는데, 이것은 식물에 전염성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 중에서 곰팡이 다음으로 많은 숫자이다. 이들 바이러스는 식량작물, 채소, 과수 등 경제작물에 병이 발생할 경우 수량과 품질을 떨어뜨리고 경제적 손실을 주고 있다. 따라서, 세계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른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식물 바이러스병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바이러스병에 의한 피해와 손실을 최소화하는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자연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들이 지구촌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무한한 혜택을 베풀어 주고 있다. 최근 기후 온난화에 따른 돌발 병해의 발생이 많아지고 있지만, 오늘도 경남과 대한민국 더 나아가 지구촌의 수십억 인류에게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경남도농업기술원이 전진 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권진혁 경남도농업기술원 양파연구소장 농학박사



 
권진혁 경남도농업기술원 양파연구소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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