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스크 대란에 생각난 어머니표 마스크
[기고]마스크 대란에 생각난 어머니표 마스크
  • 경남일보
  • 승인 2020.03.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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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회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하여 전국적으로 마스크 구입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감염병과 별개로 이제 마스크는 계절에 관계없이 황사나 미세먼지 등의 방지 용도로 우리생활에 필수품으로 등장하여 약국이나 마트 등에서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제품과 모형도 다양하며 질적인 면에서도 매우 뛰어나고 있다. 다만 위생적인 면에서 1회용으로 만들 수밖에 없어 소모품이란 점이 흠이다.

지금부터 50, 60년 전 나의 초등학교시절 돌이켜보면 기관지가 약해 겨울철이면 감기나 독감으로 병원과 약국문턱을 자주 넘나들었다. 당시에 약국에서만 마스크를 구입하였는데 크기가 주로 성인에게 맞춰진 단일제품이라 내 얼굴에 비해 너무 커 불편해 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가 천을 재단해 거즈를 2, 3겹 넣고 만든 마스크를 자랑스럽게 하고 다닌 시절이 생각이 난다. 내친김에 아버지, 누나, 동생 가족 모두의 것을 얼굴에 맞춰 만드셨는데 1개에 약30분 정도 소요된 것 같았다. 그리고는 각자 수제 엄마표 마스크를 착용하고 내게 잘 만들었느니 네게 못 만들었느니 하고 놀려대며 엄마표 마스크로 인하여 가족 모두 한바탕 웃음거리가 되었다. 아무래도 엄마의 정성으로 천을 몇 겹으로 해서 만든 것이지만 좀 두툼해서 모양보다는 따뜻하고 튼실해서 실용적이라 세척을 해서 재활용도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그 후로는 겨울을 잘 넘기고 감기도 훨씬 덜 했다.

성년이 된 후로는 계절과 무관하게 상비품으로 필요한 양만큼 마스크를 준비하는 습관으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처에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시중에 마스크 공급과정의 차질로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 일대 혼란을 겪는 뉴스를 접할 때 마음이 무척 무겁고 안타까웠다.

마스크 공급이 원활할 때 까지 만이라도 일시적으로나마 지난날 나의 어머님이 했듯이 소중한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 수제마스크를 각 가정에서 손수 만들어 사용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혼란과 불편 그리고 고통을 다소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마스크기능면에서는 효과가 적고 비위생적이며 비경제적이라고 비판할 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생각이 비단 시골노인인 나만의 순진한 마음일까? 어떻든 이번 마스크 대란을 겪으면서 불현듯 유년시절에 어머니가 내 얼굴에 맞도록 재단하여 정성스레 바느질하여 마스크를 만들어주신 따뜻한 가족사랑이 떠올랐다.
 
김종회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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