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23]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23]
  • 경남일보
  • 승인 2020.03.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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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1)
흔히 돈 없이는 살 수 없는 누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돈을 싫어하거나 마다하는 사람도 드물다고 하지요.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분들이 많아서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돌고 돌아서 ‘돈’이라는 우스개도 있는데 그 말처럼 코로나19가 물러가고 얼른 돈이 돌고 도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이 많은데 돈 하면 어떤 말이 떠오르시는지요? 어른이나 아이나 다들 현금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같은 까닭으로 돈 하면 ‘현금’을 떠올릴 분도 많지 싶습니다. 그런데 이 ‘현금’과 뜻이 같은 토박이말을 아시는 분을 저는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다른 말로 ‘현찰’이라고도 하고 잉글리시로는 ‘캐쉬(cash)’라고 한다는 것까지 알면서 토박이말이 있는 줄 모르고 산다는 것이 저로서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안타깝게 여기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우리 모두가 함께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수 만들어 써 오던 말이 있는데 그것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모르고 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현금’, ‘현찰’을 뜻하는 토박이말은 ‘맞돈’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절을 하는 것을 맞절이라고 합니다. 그것처럼 물건을 살 때 물건과 맞바꾸는 것이니까 ‘맞돈’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이 앞으로 ‘현금’ ‘현찰’을 써야 할 때 ‘맞돈’을 떠올려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캐쉬’라는 말도 많이 쓰고 있고 ‘캐쉬’에 다른 말을 더한 여러 가지 말이 들어와 쓰고 있는데 그런 말도 ‘맞돈’을 넣어 새로운 말로 만드는 일에도 우리 모두의 슬기를 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가 나날살이를 하면서 자주 쓰는 말 가운데 ‘동전’과 ‘지폐’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도 둘 다 한자말이라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동전’은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쇠돈’이라고 했고 ‘지폐’는 ‘종이돈’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나날살이에서 잘 쓰던 말이었는데 안 쓰게 된 것이지요.

따지고 보면 ‘쇠돈’과 ‘종이돈’이라는 말은 무엇으로 돈을 만들었는가에 따라서 붙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쇠’로 만들었으니 ‘쇠돈’이고 ‘종이’로 만들었으니 ‘종이돈’이 된 것이지요. 한자말인 ‘동전’을 풀이하면 ‘동으로 만든 돈’이 되는데 실제 우리가 쓰는 동전은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 꼼꼼하게 따지자면 알맞은 이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쇠’를 말집인 사전에서 찾아보면 ‘철을 흔히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도 있고 ‘광물에서 나온 온갖 쇠붙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도 있습니다. 이를 놓고 보면 금, 은, 동, 주석, 니켈 무엇이든지 ‘쇠붙이’기 때문에 ‘쇠돈’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더 알맞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전’도 말집 사전에서 ‘구리로 만든 돈. 실제로는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되어 있다’라고 하고 구리 은 니켈 또는 이들의 합금으로 만든 동그랗게 생긴 모든 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쇠돈’이라고 하는 것이 알맞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동전’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쇠돈’을 떠올려 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영어 코인(coin)을 써야 할 때도 ‘쇠돈’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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