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종식 사진은 언제나 보일까
‘코로나 19’ 종식 사진은 언제나 보일까
  • 경남일보
  • 승인 2020.03.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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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코로나19’ 사태의 변곡점은 사진 두 장이었다. 첫 번째 사진은 지난 2월 20일 청와대 발로 제공됐다. ‘청와대 짜파게티 파안대소’로 명명된 이 사진은 두고두고 회자될 전망이다. 청와대사진공동취재단 작품이다. 대통령의 ‘코로나19 종식선언’ 일주일 만에 영화 ‘기생충’팀과 ‘대파 짜빠구리’를 먹으며 파안대소하는 사진은 ‘파티의 종식’을 고했다. 영화 기생충의 생일 파티처럼. ‘왜 하필 이 타이밍에 확진자가 급증하고, 첫 사망자가 나왔을까.’ 고약한 일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라 여길 사람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전염병 난리 속에 국민들은 혀를 찼다. ‘청와대 식탁, 반지하 국민, 더 아래 대구’로 압축된 표현은 현 정부의 정곡을 찔렀다. 정부는 뒤늦게 분주해졌다.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한 것도 그 이후의 일이었다.

두 번째 사진은 대구발로 나왔다. ‘마스크 구매 행렬’ 사진이다. ‘생존의 몸부림’을 표현한 사진에 다름 아니다. 지난 2월 24일 대구의 한 마트 앞에 수 천 명의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는 장면은 충격이었다. ‘코로나19’ 환자가 대구·경북에서만 하루 몇 백 명씩 나오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감염병 확산을 최소화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너나할 것 없이 한꺼번에 몰려든 것이다. ‘생존을 위해 마스크를 사러갔다가 집단 감염되는 줄 알았다’는 한 시민의 하소연과 함께 실제 ‘마스크 행렬에 감염 확진 환자가 포함돼 있었다’는 뉴스는 마스크 대란의 불쏘시개가 되었다. ‘마스크 하나 못 구하는 나라’라는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결국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고작 마스크 하나 때문에 대통령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리라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마스크 대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주 말부터 ‘마스크 5부제’라는 듣도 보도 못한 배급제 판매방식이 시행되고 있다. 일상도 급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걱정이지만 세계 ‘코로나19’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전 세계 확진자가 이미 12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도 4000명을 넘어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다. 또 언제 어디서 어떤 사진이 충격으로 다가올지 걱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 달 후면 우리는 총선거를 치러야 한다. 사실, 이 지점이 더 염려스럽다. ‘재난과 선거의 만남’은 또 다른 악성 바이러스를 양산해 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와 왜곡으로 무장한 악성 ‘프로파간다(propaganda)’나 ‘데마고그(demagogue)’가 벌써 횡행할 조짐이다.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재난이다 보니 더하다. ‘재난 뉴스’라는 숙주에 기생해 교묘하게 침투하여 합리적인 이성을 마비시키는 악성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고순도 ‘마스크’가 필요하다. “우리 삶과 직결된 건강에 대한 가짜뉴스를 걸러내지 못한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미국 저널리스트인 댄 길모어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가짜 뉴스는 소비하는 일반 대중은 물론 기자 등 미디어 생산자도 꼼짝없이 속아 넘어가 미디어 자체가 가짜뉴스의 보급 창구역할을 하는 세상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의 건강한 삶과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탁월한 이성적 필터링이 정상 작동하는 ‘마스크’는 있기나 한 걸까. 대안은 다양한 형태로 포장된 메시지를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따져서 걸러내는 필터링, 즉 미디어 리터러시의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뉴스조차 ‘행간을 읽는 것’에 더해 진위여부와 정치적 의미까지 분석해야 하는 팍팍한 시대지만, 희망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코로나19’의 종식을 고하는 세 번째 변곡점이 될 결정적 사진은 언제나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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