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온 우리사회의 변화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온 우리사회의 변화
  • 경남일보
  • 승인 2020.03.1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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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좋은정책연구원장·前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우리의 일상생활이 많이 바뀌고 있다. 3월이면 어김없이 이루어지던 각 급 학교의 개강이 연기되고, 일찍이 잡혀있던 결혼식도 기약 없이 미루어지는 사례도 발생한다. 자동차 5부제는 들어 봤어도 ‘마스크 5부제’라는 듣도 보지도 못한 일들이 생겨나곤 한다.

마스크 한 장을 사기위해서 길게 늘어선 거리의 풍경...과연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의 우리 사회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모든 모습들이 낯설고 당혹스럽다.

이 모든 변화는 코로나19라는 감염증이 가져온 일상의 변화다. 어쩌면 일상의 단순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큰 전환점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변화의 모습을 한번 정리해 보자.

먼저, 세계가 멈춰서고 있다. 일시적 정지 상태인 ‘셧 다운’에 들어간 느낌이다. 공항은 텅 비어 있고, 글로벌 교류는 꽉 막혀 있다.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게 되고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속절없이 붕괴되고 있다. 경제활동이 거의 마비된 듯 거리는 한산하고 가게는 텅 빈 모습이다. 이 것은 보이는 외관의 모습이다. 누구는 IMF 경제위기 못지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둘째는 사회활동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 사람들을 직접 대면하는 행위가 극도로 위축되고, 지역 커뮤니티 활동이 거의 끊기고 있다. 다중이 모이는 모든 공공장소는 문이 굳게 잠겨있다.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우리사회의 그늘진 민낯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지역의 정신병원과 요양병원 등 복지시설의 열악한 모습, 24시간 돌아가는 숨 막히는 콜센터, 신흥종교에 빠진 젊은 청춘들, 불안 심리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과 돈을 털어가는 가짜뉴스 생산자들.... 그 외에도 부지기수다. 이번의 사태가 끝나고 나면 사회의 기본 시스템이 많이 바뀌게 될 것 같다.

셋째는 우리의 정치와 행정 시스템이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과 국가사회의 어려움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에 대한 국민들의 근본적인 불신이다. 국가든 지방정부든 존재이유를 증명해줘야 한다. 작금의 상황에서 위기관리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현재의 정치행정 시스템과 리더십은 큰 손상을 입을 것이다. 물이 배를 뒤집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가장 걱정스러운 변화는 국민 모두가 ‘우울과 상실의 시대’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다들 너무 힘들어 한다. 이번의 위기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오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공허와 초조, 우울과 상실을 넘어 일종의 공황상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마음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 이러다 분노가 폭발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렇듯 우리의 봄날은 그냥 지나가는 것일까? ‘봄날은 간다’는 단순한 노래 제목이나 영화의 이름으로 들리지 않는다. 연분홍 치마가 봄날에 휘날리기라도 하면서 봄날이 갔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았는데 우리의 봄날은 저만치 가고 있다. 개개인들은 개개인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글로벌 사회는 글로벌 사회대로 봄날이 오도록 ‘희망의 바이러스’를 널리 터뜨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봄날은 간다’가 아니라 ‘봄날은 온다’가 될 것이다. 아! 우리에게 따뜻한 봄은 언제 오는 것일까?
 
오동호 (좋은정책연구원장·前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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