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찾아서
봄을 찾아서
  • 경남일보
  • 승인 2020.03.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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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부 (부동산업)
문경부

 

사라진 봄을 찾는 사람들은 제각기 홀로 헤맨다. 황사도 미세먼지도 아닌 그보다 훨씬 무서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피해 들로 산으로 강변으로. 두려움 없는 자연은 미동도 않는다. 매화는 봄을 알리고 주저 없이 지고 있다. 다음은 목련, 개나리, 진달래 차례라며 자리를 내민다. 봄을 기다린 사람들은 화창한 봄날의 나들이를 더 더욱 꿈꾸지만 좀처럼 현실은 갈 곳을 내어 주지 않는다. 철없는 아이들은 이유도 모르는 채 어린이집, 유치원을 가지 못하고 몇 날 며칠을 집에만 갇혀 있다. 어느새 아이들은 쉽게 짜증을 내고 분노한다. 지켜 보는 부모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돌파구 없는 현실이 야속하고 기약 없는 봄날이 원망스럽다. 지인과의 만남이나 약속도 없고 모임도 존재하지 않는다. 무너진 일상에 사람들은 지쳐 가고 무기력을 넘어서 불안함과 우울함에 사로 잡힌다. 또 다른 공포가 우리 주변에 자리를 잡는지도 모르겠다. 묵묵히 견디고 이겨야 할 일이다.

주말이라 한가한 마음으로 강변을 걷는다. 스치는 바람은 시리거나 차갑지 않다. 강물 위에는 떠날 차비를 하는 건지 청둥오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저 멀리 하늘에는 독수리 몇 마리가 날아 다닌다. 저들이 떠난 자리엔 제비가 봄을 물고 돌아와 새로운 계절을 시작할거다 아마도. 청명한 봄날의 아침이건만 지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인사도 없다. 서글픈 우리들의 오늘날 자화상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거의 해마다 거대한 전염병에 몸살을 앓는다. 조류 독감, 구제역을 비롯한 가축들의 질병을 넘어 사스, 메르스, 코로나19로 인해서 인간도 주기적으로 위험에 직면한다. 생태계의 균형을 위한 자연의 몸부림인지 아니면 인류의 무모하고 어리석은 도전의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예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두려움과 공포에 노출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태초부터 존재했지만 오늘날 욕망의 크기는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과제다. 화(禍)와 복(福)은 서로 의지하고 있다고 한 단순한 진리를 망각한 건 아닌지? 기러기와 제비는 서로 만나지 못함이 자연의 이치인데 어느 날 갈 곳 잃은 기러기와 제비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면? 인간도 극히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자연을 빌려 씀에 있어 자연과의 조화와 상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봄을 찾아 헤매도 봄을 찾지 못하는 그날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연 앞에 좀 더 겸허해야 한다.
 
문경부 (부동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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