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세계적 명품 구두 아 테스토니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세계적 명품 구두 아 테스토니
  • 경남일보
  • 승인 2020.03.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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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estoni

“변하지 않는 세 가지 기본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편안한 신발, 오래 신을 수 있고, 신었을 때 다른 구두와 구별이 되는 신발을 만드는 일이다.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우리의 기술자의 손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라. 누구라도 따라할 수는 있지만 그 누구도 똑같이 만들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창업주인 아메데오 테스토니(Amedeo Testoni)가 정립한 철학으로 9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 테스토니 구두 브랜드는 창립자인 아메데오 테스토니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이탈리아의 중동부에 위치한 볼로냐에서 태어난 아메데오는 구두장인 집안의 후손이다. 아메데오 테스토니는 1929년 그의 아내와 4명의 장인과 함께 작은 공방을 만들었다. 이것이 테스토니의 출발이다. 당시는 하루 네 켤레 생산에 그쳤을 정도로 소규모였다.

볼로냐는 로마시대부터 북부의 밀라노와 중부의 피렌체, 북동부의 베네치아 간을 연결해 주는 교통의 요지로 발전했다. 1088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대학이 있고, 법학 강의가 처음 시작된 대학이기도 하거니와 처음으로 인체를 해부한 의대의 전통이 지금까지 살아 있기도 하다. 중세 이전부터 교통의 요충지였던 볼로냐는 수공업과 상업이 발달했었다. 특히 부유한 귀족들로부터 구두나 가방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소가죽을 다루는 장인들이 이곳에 하나 둘 모여들면서 공방이 생기고 가죽 장인들의 길드도 만들어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볼로냐에서 만들어진 구두가 튼튼하고 아름답다는 소문이 국내와 유럽에 퍼지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탈리아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비롯하여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나카소네 일본 수상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재계 인사들과 연예인들이 이 구두의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비싼 신부용 구두는 켤레 당 3만8000달러(4200만원)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 테스토니 구두가 이처럼 비싼 값에 팔리며 90년 이상 세계적인 명품으로 평가받게 된 것은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300여 명의 장인들이 가죽 선별에서부터 가공, 제품 디자인, 몰딩, 바느질 등 177개의 공정을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원단에서 시작해 구두 한 켤레를 만들기까지, 대략 원료 가공에서 구두로 만들어져 포장되기까지는 2개월이 걸린다. 다른 구두는 겉감과 안감이 다르지만 아 테스토니는 같은 종류의 가죽을 사용한다. 안창은 구두의 호흡과 신축성을 위해 염소 가죽을 주로 사용하는 것도 변함이 없다. 염소 가죽은 발에서 나오는 땀을 흡수해 벗어 놓았을 때 땀을 외부로 배출하는 역할도 해낸다. 아 테스토니의 장점은 가장 좋은 가죽 소재를 쓴다는 점이다. 좋은 재료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 테스토니는 가죽과 가죽을 연결하기 위해 아교와 같은 화학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수용성 접착제를 사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접착제를 사용해 가죽을 붙인 뒤 박음질을 하고 이를 세탁해 접착제를 씻어 낸다.

아 테스토니 구두가 탄생한 볼로냐 지역은 일명 주머니 공법으로 불리는 볼로냐 공법이라는 독특한 제화 방식을 12세기부터 가지고 있었다. 공기주머니를 밑창에 넣어 발가락과 그 주위 부분이 신발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공법이다. 구두 밑창을 이중으로 박음질하여 걸을 때는 신발이 늘어났다가 멈추었을 때는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와 마치 장갑과 같은 효과를 내 발이 편하고 건강에 좋게 한 것이다. 이 주머니 공법은 모든 구두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가장 비싼 구두인 블랙 레이블의 경우에만 적용한다. 이 주머니 공법으로 만들어진 구두는 가격이 최하 800만 원 이상의 고가품이다. 창립 70주년을 맞아 발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외과의사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 디자이너와 장인들이 함께 만든 구두로 ‘이고(Ego)’가 있다. 지금까지 나온 구두 중 최고의 편안함을 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발전체를 감싸는 모카신(미국 인디언들이 신던 밑이 평평한 가죽신) 공법과 가벼운 소재, 맞춤 등을 통해 단순하고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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